'조그마한 가게를 빌렸다. 전세 등기를 할 수 없겠냐고 했더니 주인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우겨서 등기를 하지 못했다. 주인은 부도가 났고 세든 상가 역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전세 등기가 안돼 있어서 임대료를 전혀 돌려 받지 못했다. 이대로 가진 것을 모두 날려야 하나….'법원은 오랫 동안 상가임차인의 '빌려 쓰는 서러움'을 보호하는데 적극적일 수 없었다. 1981년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해 11월에 이르러서야 시행됐다. 이 법에 의해 상가임차인은 오랜 숙원인 임대료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는 주인 동의 없이는 빌린 상가에 대해 전세 등기를 할 수 없었고, 이럴 경우 주인의 부도로 상가가 압류나 경매에 붙여지면 여지없이 임대료를 날려야 했다. 하지만 상가임차인은 이제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으로 임대료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부여 받게 된 것이다. 이 외에 주인을 상대로 5년까지 계약 갱신 요청을 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이 12% 이하로 제한되는 점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가져다 준 혜택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욕심껏' 상가임차인의 편에 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가 임대료(환산보증금)가 일정액 이하(서울 2억4,000만원, 수도권 1억9,000만원, 광역시 1억5,000만 원)일 경우와, 법 시행일인 지난 해 11월 이후에 이루어진 계약에 한해서만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관련한 소송이 법원에 등장하지는 않고 있다. 이 법은 최소한 1년 이상의 계약기한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갱신 기한인 올 해 11월이 되어야 관련 소송이 하나 둘씩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가임차인을 위해 법원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부터 버림받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법원은 민법을 적용해서 가쁜 숨이나마 진정시키고 있는 정도다. 당사자의 궁핍, 경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법률행위의 무효를 규정한 민법 104조, 임대기한 중에도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있도록 한 민법 628조,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데 대한 배상의무를 규정한 민법 750조 등이 주로 적용되는 법률이다.
서울지법은 지난 해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종전의 6배가 넘는 보증금을 요구해 계약갱신을 좌절시키고 임차권 양도까지 방해하면서 권리금을 가로챈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권리금은 전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지만 임대인의 행위가 지나치게 악의적인 사실이 인정돼 부당이득금으로 간주한 것이다. 또 임대계약 만료일에야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도 시간 여유를 달라는 임차인의 요청을 무시한 채 제때 상가를 비우지 않았다며 위약금을 부담할 것을 요구한 임대인의 청구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상가의 전체 가격이 오히려 상가의 총 임대계약금보다 적어서 상가 주인이 임대료 변제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상가를 팔아버리는 악의적인 경우에는 전후 주인 간의 상가매매계약 내용과 관계없이 임차인들이 전 주인에게도 임대차 보증권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례(대법원 99다48399)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그러나 "민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부수적인 부당행위가 인정되는 것에 한한다"며 "터무니없는 계약금 인상 등 상가임대차 문제의 본질적인 것에 대한 소송은 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한 대부분 패소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약 관련 소송 외에 가장 흔한 형태인 상가내 동종영업 다툼에 관해서 대법원은 "건축회사가 상가 분양자와 업종 제한 의무를 체결했을 경우, 상가임대인은 동종 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2001다46044)고 명시, 업종 제한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법원은 상가 안에서 칼국수만 팔기로 했다가 떡볶이, 비빔밥을 팔았다는 이유로 상가관리단이 해당 가게에 단전, 단수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부동산 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상가임대차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계약서를 마치 '법을 만들 듯이'꼼꼼하게 작성할 것을 당부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유일한 무기는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상가임대차를 비롯한 부동산 소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특별한 판례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 각각의 사건에 맞춰 권리를 얻어 내는 것이다. 일반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소송의 '기본'으로 일컬어 진다. 변호사들이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끝까지 재판을 이끌고 갈 필요 없이 조정에 중점을 두는 것도 특징이다.
부동산 소송 전문 변호사는 최재원, 최수영 변호사(www.imdaecha.co.kr), 최광석 변호사(www.lawtis.com), 김조영 변호사(www.r119.co.kr), 법무법인 산하의 신태호 변호사(www.sanhalaw.co.kr)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소송 중 특별히 상가임대차 분야만 따로 전문화해 있지는 않다. 전문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졸속 재정을 거듭 비판해온 민주노동당의 인터넷 사이트(minsaeng.kdlp.org)에서도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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