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거북선나루터. 유치원생을 태운 대형버스 3대와 소형미니버스 6대에서 2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비좁은 거북선 내부에서 전시물을 서로 먼저 보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아이들의 뒤를 정신없이 쫓던 한 직원은 "전시물 설명은 고사하고 관람객이 강물에 떨어질까, 거북선 내부의 화포에 발등을 찧지 않을까 안전을 살피는데도 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하소연했다.서울시가 올해 한강거북선 운영 예산을 전년보다 15억원 가량 감축, 관리 인원이 8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면서 매일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1990년부터 청소년, 어린이들의 현장 학습장으로 활용돼 온 '한강거북선'이 서울시의 예산절감대상 사업이 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는 올 초 거북선을 무상으로 임대, 운영할 민간사업자를 구했지만 실패했다. 해군이나 국립박물관 등에 양도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이전방법과 비용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골칫덩이'로 전락
서울시가 13년 동안 한강거북선 유지 운영에 투입한 비용은 어림잡아 30여억원으로 거북선 본체, 계류장 건조비와 거의 맞먹는다. 운영은 '서해장학회→시 시설관리공단→한국청소년연맹→시 한강관리사업소'로 위탁과 직영을 반복했다. 위탁운영을 했을 때는 매년 2억∼3억원의 보조비를 지급했지만 연 관람료 수익은 2,000만∼3,000만원에 불과, 적자만 쌓였다.
지난해 말 이명박 시장은 예산절감 차원에서 거북선을 민간사업자에 무상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토록 했지만 그나마 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사업자 공모에 관심을 보였던 한 민간업체는 "음식점 등 수익사업을 금지, 관람료만으로 운영하라는데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시는 "수익사업을 허가하면 특혜 시비가 일고 민간업자가 돈벌이에만 급급, 거북선 운영을 뒷전으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거북선을 박물관에 옮겨 전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길이 25.4m, 폭 10.3m, 높이 6.4m에 무게가 180톤이나 되는 거북선을 옮기려면 해체 후 재조립해야 하지만 비용이 4억원이나 들 뿐 아니라 선체가 낡아 섣불리 손 댈 수도 없다. 물길을 따라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한강 수중보와 한강 하류 군사분계선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거북선을 띄워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수리와 운항을 위한 한강하상 준설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백지화했다.
시 관계자는 "운영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앞으로 10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멀쩡해 폐선도 못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효과 높여야
결국 위탁운영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한강거북선은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금처럼 교육장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 "한강과 아무 연관 없는 거북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로, 전문가 실사를 통해 폐기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문화연대 이원재 정책실장)는 의견도 있지만, 시민들은 한해 7만∼8만명이 찾는 만큼 교육효과를 증대하는 방안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학습을 나온 강서구 한나유치원 조청자 원장은 "실제 거북선을 만져볼 수 있어 교육효과가 크기는 하지만 1시간 이나 걸려 와서 보기에는 전시물의 내용이 빈약하다"며 "놀이터 등 시설을 확충하고 자연학습장 등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지금보다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연맹 서울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고 있어 자료를 확충하고 민속놀이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여의도나 반포지구 등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옮기고 기념품 가게나 스낵코너 등을 운영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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