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조흥은행 106년 역사상 최연소 은행장에 취임하면서 '40대 은행장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던 홍석주(50·사진) 조흥은행장이 은행 경영권 매각으로 1년3개월 만에 중도 하차할 처지에 놓이는 불운을 겪게 됐다.홍 행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조흥은행 파업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만큼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은행이 파업 후유증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 정상화하면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이 된지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고 다시 1년 만에 은행장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홍 행장은 은행 민영화라는 시대적 급류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사실상 조흥은행의 '마지막 은행장'으로 기억되게 됐다.
운이 나빴다는 주변의 얘기에 홍 행장은 "실직적인 은행장 재임기간은 작년 가을 매각이 공론화되기 이전까지 5개월 여에 불과했다"며 "운명이 그런걸 어쩌겠느냐"고만 했다.
그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은행장간 오찬간담회에서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마주쳤을 때 "신한에서 마음을 넓게 가지면 된다"는 얘기만 전했다고 했다. 그는 "신한지주는 '가난하지만 옥동자를 낳아줄 복덩이 처자(조흥은행)'를 데려가는 격"이라며 "조흥은행은 저력 있고 아까운 은행"이라고 말했다.
홍 행장은 "대학 동창인 하영구 한미은행장과 최연소 은행장으로서 뭔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한참 일할 나이인 만큼 조흥은행을 떠나면 곧 새로운 곳을 찾아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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