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즘(Lookism).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인종 성 종교 등에 이어 '외모'가 새로운 차별 기제로 등장한 것을 일컬어 사용한 말이다. TV는 '루키즘' 확대 재생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특히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을 비판하는 뉴스를 전하는 여성 앵커조차도 젊고 예쁘고 날씬한 사람 일색인 것이 국내 방송의 현실이다.한국여성민우회가 5월12∼25일 지상파 TV 3사의 주 시청시간대(평일 오후 7∼11시, 주말 오후 6∼11시)에 방송된 총 82개 프로그램 출연자 전원의 외모 차림새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TV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프로그램을 꼼꼼히 모니터해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먼저 프로그램의 등장인물 총 7,427명 가운데 남자가 5,165명(69.55%)으로, 여자(2,262명·30.45%)의 2.3배에 달했다. 특히 뉴스·보도·시사 프로의 출연자는 10명 중 8명이 남자였다. 보고서는 "뉴스 등에서 나타나는 이런 성비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남성이라는 의식을 재생산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여성 출연자와 외모의 상관 관계는 체격 분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분석팀은 신체비만도를 측정하는 BMI(Body Mass Index)를 참조해 연예인 중 뚱뚱한 체격, 보통, 마른 체격의 표준모델을 선정, 출연자의 체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은 보통이 73.1%, 마른 체격이 14.8%인 반면 여성은 보통이 49.2%, 마른 체격이 42.3%를 차지했다. 얼굴 분석에서도 예쁜 여성의 출연 비율(52.4%)이 잘 생긴 남성의 출연 비율(15.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장르별로 보면 뉴스·시사 프로의 경우 여성 진행자와 취재자는 남성에 비해 예쁘고 마르고 젊은 인물이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예쁜 여자일수록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적극적이고 유능한 여성일수록 화려한 차림새로 등장한다.
일반인이 많이 나오는 다큐멘터리·교양 프로의 경우도 여성은 예쁘거나 보통인 출연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반대로 못생긴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우 인터뷰 대상자까지도 외모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 돼 여성은 능력보다 예쁘고 날씬한 몸매, 화려한 차림새가 경쟁력이라는 그릇된 고정 관념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TV의 외모 지상주의 전파는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악영향을 준다"면서 "연예오락 프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교양과 정보를 전하는 프로에서는 여성 진행자의 필수 조건이 외모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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