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할리우드 속편이 또 한편 선보인다.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사진)가 그것. 드류 배리모어와 카메론 디아즈, 루시 리우 세 여걸에 데미 무어까지 가세했다. 개봉 전까지는 글을 쓰지 말아 달라는 특별요청을 홍보사 직원으로부터 받은 만큼, 이 정도로 넘어가련다.한국 영화 두 편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제목부터 '야시시'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에로 비디오계의 스타 봉만대 감독('이천년' '연어')의 본격 충무로 진출작이라고 줄곧 큰 화제가 된 바로 그 작품이다. 과연 "내숭 떠는 대한민국 선남선녀를 향한 뻔뻔하고 발칙한 알몸 연애담"을 표방하는 영화답다. 정말이지 화끈한 섹스 신들이 스크린을 후끈 달군다. 그것도 극히 '야스러운' 사실적 음향효과까지 곁들여.
별다른 배경음악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체위로 펼치는 주인공 남녀의 거침없는 자태들이 퍽 자극적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 것. 섹스 묘사의 수준은 '해피 엔드' '썸머 타임' '미인' 등을 넘어서진 못하니까. 게다가 '거짓말'이나 '정사'와는 달리, 영화는 그 어떤 현실적·사회적 도발 따위에는 무관심하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심심하게 비쳐진다면 그래서일 게다.
한편 '사생결단 코미디'를 자처하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손태일(차태현)의 '다이하드적 순애보'다. 처음엔 은사인 영달의 지독한 방해공작을, 나중엔 일매(손예진)의 철저한 외면을 무릅쓰고 자기 엄마 젖을 함께 먹으며 자란 일매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태일의 고생담은 실로 눈물겹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 눈물이 별로 감동적이진 않다. 시끌벅적한 웃음도 썩 유쾌하진 않다.
이야기의 현실적 개연성 부족이나 스타일의 과잉 때문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작금의 한국 코미디 영화의 어떤 경향이 되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정도다. 영화는 도저히 절제할 줄 모르고 무작정 앞으로 치닫는다. 영화가 의도하는 웃음과 눈물의 목적을 망각한 듯. 그 결과 영화가 전달하려던 영화적 재미도 문제의식도, 심지어 출연진의 그 환상적 시너지 효과마저도 무력화하고 만다. '피아노' 등 인기 드라마를 통해 연출 역량을 입증한 오종록 감독 역시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몰랐던 걸까? 여느 TV 출신 감독들처럼.
사실 내가 적극 권하고 싶은 영화는 지난 주 개봉된 '나크'다. 750만 달러짜리 이 저예산 형사 스릴러는 '살인의 추억'이나 'L.A. 컨피덴셜'에 비견될 만큼의 영화적 수준을 과시한다. 플롯, 성격화, 연기 거의 모든 측면에서. 단언컨대 이 영화는 '2003년의 발견'이라고 해도 그다지 과장이 아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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