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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북핵, 예방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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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북핵, 예방외교가 필요하다

입력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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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사태가 심상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일 정상회담으로 평화적 타결의 전환점이 마련되나 했더니 사태가 그 반대 방향으로 치닫는듯한 인상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아예 한국을 제치고 북한 문제를 세계적 차원의 쟁점으로 부각시키면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서 대화는 없고 압력만 있는 일방주의 형국이 북핵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노 대통령 방미이후 부시 행정부의 행보를 보면 북한을 고립, 봉쇄하고 체제전환을 통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적대적 무관심 전략이 공식화하는 느낌이다. 최근 마드리드에서 열린 G-11 회의와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의 이러한 의도가 가시화한 바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적 무기거래를 차단, 제재,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확산방지 안보 구상(PSI)을 통해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다방면의 경로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이 안전조치를 이유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북한 무역 및 송금 중지 등을 골자로 한 2단계 압박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가 지난 10일 도쿄에서 회동을 갖고 대량살상무기, 마약, 위조지폐 등을 수송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 선택적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한 것도 미국의 공세적 대북 압박조치의 하나라 하겠다. 여기에 미국은 북한 경수로 사업의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다간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경수로 사업 중단과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제재와 해상봉쇄에 대한 논의는 북한측의 강경 대응을 촉발시키면서 한반도에 핵 위기 국면을 재현시킬 수 있다.

아직은 적대적 무관심 전략으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 사찰과 해체 제안을 수락, 협상을 통한 타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외교적 노력이 우선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옵션이 소진된 후에 포괄적 대북 봉쇄를 가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섣부른 대북 압박은 북한의 체제 붕괴를 가져오기 전에 한반도의 핵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우발적 전쟁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갈망하는 우리 국민 모두에 혼돈과 좌절을 가져다 줄 뿐이다.

이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절실히 요청된다. 우선 현재 미국이 확산방지 안보 구상에 의거해 북한에 가하고 있는 포괄적 대북 제재의 폭과 속도를 완화시키면서 대화와 협상 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2자냐, 3자냐, 5자냐 하는 대화의 형식 보다는 대화의 내용에 더 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협력에 대한 보상과 거부에 대한 응징을 구체화한 협상안을 마련해야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공조도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물밑 대화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북한에 대한 다자간 대화 보다는 다자간 압력의 행사를 위한 국제적 명분 쌓기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한미정상 회담의 합의 사항을 손상시키고 한미일 3국 공조를 뒤흔드는 압박 일변도의 정책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없다. 9월 위기설이 가시화하기 전에 적극적 예방외교를 통해 사태의 반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 정 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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