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일본인이다. 한국인 아내의 이름을 빌려 한국일보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이 글을 쓴다.얼마 전 일본에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어 오사카에 있는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한국도 월요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지난해와 같은 수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한달 전 TV에서 수해 피해 대책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작년 여름 수해복구 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작년 복구 작업을 끝내지도 않았으면서 올해의 수해 대비를 강조하는 것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라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 입은 수해 복구작업이 왜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까? 선진국 문턱에 진입해 있는 한국에서 돈이 없다고 한다면 핑계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중앙정부가 도와 줄 수도 있다.
몇 달 전 대구지하철 참사를 돌이켜보자. 온 나라가 희생자와 그 유족들과 함께 가슴 아파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지하철 등 제반 시설에 대한 안전대비를 철저히 하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왜 수해처럼 거의 매년 찾아오는 참사에 대해서는 그토록 미흡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한 언론 매체의 보도를 보면 행정당국을 나무라는 논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자연 재해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 행정당국의 미흡함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스(SARS)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고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수해 아닌가?
정 많은 한국 사람들이기에 힘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는 것을 남의 일이라고 방치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뭐랄까,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향이 있어서인지 흔히 말하는 안전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수해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를 막기위해 국민 각자가 수해 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정당국을 움직이는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yutaka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