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어느 한 길목에서 정거장에 선 것처럼 잠시 멈추어 선다. 그러다가 다시 흘러간다. 인생이 그렇게 떠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경린(41)씨는 최근 펴낸 소설집 제목 '물의 정거장'(문학동네 발행)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인 장석남(38)씨가 2000년 출간한 산문집 '물의 정거장'(이레 발행)과 우연히도 같은 제목이다. 가장 각광받는 소설가, 시인의 책들이라 문단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전씨는 "출간 하루 전날 장석남씨의 산문집 제목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인쇄를 마친 상태여서 제목을 바꾸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표제작 '물의 정거장'은 연하의 유부남과의 사랑 뒤에 오지 않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원래는 '나의 비둘기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가 소설집을 묶으면서 제목을 새롭게 붙였다. "소설집 전체의 주제를 '떠도는 인생'으로 잡았다. '유랑'과 '물의 정거장'이라는 제목을 놓고 고심하다가 '물의 정거장'으로 정했다"고 전씨는 말했다.
장석남씨가 설명하는 산문집 제목의 의미도 비슷하다. "물이 여울을 만나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가는 것처럼 인생도 순환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고였다가 다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장석남씨는 "시중에 함께 나와 있게 된 책이라 전경린씨가 늦게 알았다 해도 제목을 바꾸면 좋았을 텐데, 당혹스럽긴 하다"면서도 "그 글귀가 작가들에게는 매혹적인 듯 싶다"고 전했다. 전경린씨는 소설집 3쇄부터 장씨의 산문집 제목과 같다는 안내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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