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동무 일매(손예진)를 사랑하는 손태일(차태현)은 "털 났으니 일매를 넘겨 달라" 하고, 일매의 아버지인 담임 선생님(유동근)은 "학력고사 3,000등 안에 들라"고 닥달한다. 손태일은 결국 코피를 쏟으며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시 1차 시험에 합격하지만 일매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딸을 보호하려고 애썼던 담임 선생이 딸의 변심에 놀라 손태일의 지지자로 변해 일매의 마음을 돌려 놓으려는 설정까지가 코믹으로 일관됐다면, 일매의 변심 이유가 드러나는 과정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로 일관한다.
차태현의 코믹 연기에 비판을 가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경상도 사투리는 물론 엉덩이를 보이는 몸 연기까지 하며 그는 차승원, 임창정과 더불어 코믹 연기에 관한 고수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여자 친구에게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순정파 양아치'의 연기로는 차태현을 능가할 또래 배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지루한 멜로는 그 양이 지나치다. 일매가 다른 사람을 선택한 이유도, 그러면서도 결혼을 강행하는 과정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세 주연 배우가 전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캐릭터에 머문 것도 아쉽다. 예상된 반전과 새로울 것 없는 연기 패턴 때문에 초반부에 애써 달성한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다. 기대가 커서 실망감이 더욱 커진 영화. TV 드라마 '해피 투게더' '피아노'를 연출한 오종록 PD의 감독 데뷔작.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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