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몸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처방 약물 중에는 우울증 치료제와 천식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 약들의 부작용 중의 하나로 체중 감소가 오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부작용이라 하면, 인체에 좋지 않은 작용을 의미하지만, 이런 작용을 이용하여 본래의 효능보다 더 각광받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발모제로 사용되는 프로페시아는 처음에는 전립선 치료제로 개발되어 임상 실험을 거치는 동안 환자의 모발이 새로 나오는 부작용을 알게 된 것이다. 최근 얼굴의 주름살 제거와 형태 교정은 물론 각 부위의 통증 완화 등 마치 만병 통치제같이 보이는 보톡스의 경우도 원래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독성물질이 인체에서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것을 치료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정신병 치료제의 효시인 클로르프로마진도 원래 마취제로 개발되다가 진정작용이 있는 것이 발견됨으로서 정신분열병의 역사적인 약물치료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약물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일에 부작용이란 것이 늘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얼마 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대량 살상무기에 의한 테러를 뿌리 뽑는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긴 수렁에 빠진 미국경제에 새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부수적 효과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일년 전 우리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월드컵 4강이라는 목표달성보다 우리 국민이 하나되는 것에 더 큰 감동과 기쁨이 있었다.
우리나라 새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 대부분은 젊고 참신한 정치 신인들에게 권위주의와 타성에 젖어 부패하고 부도덕한 과거의 정치와는 다른 깨끗한 정치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정치는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주고 있다. 정치판은 예전과 다름없이 어지러운 세력 다툼뿐이고 사회는 각종 집단의 이익 다툼판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상들이 개혁과 변화를 추구해 나가는데 필요 불가결한 부작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부작용들이 진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지 아니면 파국으로 몰고 갈지는 정치인들에게 달려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은 생각과 행동방식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하여 욕하고 내치기 보다는 잘 보듬고 아울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 각 계층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우리나라가 더 성숙한 사회로 자리 잡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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