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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송성헌 도서출판 청조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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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송성헌 도서출판 청조사 대표

입력
200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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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애연가들이 그러하듯 나에게도 담배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훈련소 시절의 얘기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흘에 한 갑씩 지급되는 '화랑'담배로는 고단한 훈련소 생활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옆의 전우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도 주질 않았다. 휴가 때 집에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궁핍한 시대이긴 하지만 너무 야박했던 그는 밥이 부족하여 늘 배가 고프다고 했다.나는 그에게 빅딜을 제안했고, 끼니 때마다 내 육군정량의 절반과 담배를 바꾸었다. 나 역시 배가 고팠지만 밥보다는 담배가 훨씬 절실했다. 철부지 청소년 시절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담배 한대 때문에 그렇듯 처량한 골초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 후로도 30여 년. 어느 누구보다도 화제거리가 많은 애연사(史)를 가진 골초인 내가 금연을 선언하자 주변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밤늦게 귀가하여 담배가 반갑 정도 남아있으면 불안해서 편안히 잠을 못잘 정도인 골초가 담배를 끊겠다니 누구도 믿지 않을 수밖에….

친구 J는 "한 달만 끊으면 서울에서 제일 비싼 술집에서 한잔 사겠다"고 약속했다. 설마했던 그는 결국 한 달 후에 증인들과 더불어 비싼 술을 샀고, 그 친구가 얼마 후 이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비싼 술값보다도 최소한 갑절 이상의 페널티를 물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듯 요란하게 금연을 단행했으나 결국 석 달을 넘기지 못했으니까.

그로부터 십 수년 후, 나는 드디어 '딱!' 소리가 나게 담배를 끊었다. 린위탕(林語堂)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끽연이라고 격찬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 끽연자는 설 땅을 잃어버렸다. 어딜 가나 흡연자는 천덕꾸러기, 심지어는 '담배 피우는 동물'로 까지 폄하된다. 긴장을 풀고 즐겨야 할 끽연의 순간이 오히려 스트레스 투성이로 변질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왕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담배를 끊고 받자. 이것이 내 금연의 당위이다.

많은 애연가들은 아마 이런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편안하고 즐겁기는커녕 담배 한대를 피울 때마다 수명이 몇 분씩 단축된다는 경고나, 끔찍한 질병의 결과를 보여주는 공익광고의 장면이 떠올라 엄습하는 스트레스 말이다.

그럴 바에는 모두들 담배를 끊자고 강력히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은 이런 스트레스조차도 모른 채 단순한 호기심과 겉 멋으로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군복무중인 나의 두 아들들은 제대와 동시에 금연하겠노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행일자를 정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딱!'소리가 나게 끊는 용기와 결단력이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린위탕의 끽연 예찬론 따위에 현혹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담배는 이미 물리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치명적인 독약임이 판명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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