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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로 엿본 옛 사람들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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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로 엿본 옛 사람들의 생활

입력
200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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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개원 25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모아 정리한 고문서 자료를 전시하는 '고문서 특별전'을 연다.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연구원 장서각 전시실에서 개막하는 전시회는 현재 정문연이 위탁 관리 중인 전국 20개 문중·개인 소유 고문서 95점을 선보인다.'고문서에 담긴 옛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주제로 한 이번 특별전에는 경주 양동 마을에 대대로 살고 있는 경주 손씨 소장 고문서 20점이 선별 전시된다. 이 집안의 문서 중에는 국보 283호 '통감속편'과 조선 초 가문을 빛낸 손소(孫昭·1433∼1484)의 영정(보물 1216호)이 포함돼 있다. 손소의 7자녀가 공동 논의를 거쳐 재산을 분배한 내용을 기록한 증서로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화회문기(和會文記)'는 17세기 중반 이전 재산 상속에서 남녀 차별이 없었다는 확실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 받는 경주 손씨 서백당 소장의 '협주명현십초시(夾注名賢十抄詩)'와 진주 진양 하씨 담산 종중 소유 '응제시(應製詩)'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1452년 간행된 '협주명현십초시'는 고려 전기 학자가 최치원 등 신라인 4명을 포함해 당나라 때 저명 시인 30명의 작품에서 각 10편을 뽑아 편찬한 시선집에 자산(子山)이라는 승려가 주를 붙인 것이다. 목판본 3권 3책으로 이미 알려진 다른 '명현십초시'에 비해 주석이 풍부하고 보존 상태가 완전해 15세기 중반 조선의 학문과 출판 수준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응제시'는 명 태조가 조선 개국 공신인 양촌 권근(2352∼1409)에게 지어 하사한 시 3편과 권근이 명 태조의 명에 따라 지은 시 24수를 모아 양촌의 손자 권람이 주를 붙여 1462년 간행한 것이다.

이밖에 경기 여주의 전주 이씨 가문에서 위탁한 고문서로 보물 872호인 '이충원호종공신교서(李忠元扈從功臣敎書)' 등도 선보인다. 전시회는 7월12일까지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휴무 없이 열린다. 문의 (031)707―5880.

한편 정신문화연구원은 26, 27일 연구원 대강당에서 '한국의 문화 변동과 문화적 정체성'을 주제로 개원 기념 학술대회도 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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