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열풍속에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법과 원칙'을 되풀이하면서도 뒤로는 명분 없는 타협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훼손해 자칫 경제 파국까지 우려되고 있다.경제 5단체가 긴급 회의를 갖고 성명을 통해 양대 노총의 총 파업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 성명은 불법 파업이 계속되면 투자 축소, 대규모 감원, 작업장 해외 이전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계가 '마지막 카드'까지 내보인 아주 강경한 성명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계가 현 상황에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에 대해 '밀면 밀린다'는 힘의 논리가 만연할 경우 극심한 경제 침체뿐 아니라 사회질서 혼란, 국가통제 기능 상실이 우려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이것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익집단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웠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그 구체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불법으로 규정하고서도 일단 타협이 되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근로감독관과의 대화에서 "무조건 온정적으로 대화나 타협을 하거나 원칙대로 공권력 투입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겠다는 의미겠지만, 여러 방향의 '해석'이 가능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중심은 분명히 잡아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친노(親勞)'도 '친사(親使)'도 아니다. 냉혹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기준을 세워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고, 새로운 노동정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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