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기소되자 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16년 동안 도피생활을 했던 60대가 결국 '재판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免訴) 판결을 받아냈다.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는 24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61) 씨에 대해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기소 후 15년 동안 확정판결을 받지 못한 경우 공소시효 완료로 간주해 처벌을 면해주는 것으로, 1990년 시인 김지하씨가 75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면소 판결을 받았었다.
87년 재미사업가로 위장, 결혼을 빙자해 세 여성에게서 7억여원을 뜯어내고 미화를 암달러상에게 환전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던 김씨는 같은 해 7월 신병 치료차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보석으로 석방되자 자취를 감췄다. 재판부는 해마다 구속영장을 갱신하고 90년에는 지명수배까지 내렸고, 검찰도 출입국자 명단까지 뒤졌지만 김씨의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김씨는 재판시효가 완료된 지난해 마침내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면소판결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시효 만료로 면소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고 더구나 16년간 사회생활도 못한 채 숨어 지낸 점을 감안하면 형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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