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에 나타난 누드화의 양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27일부터 7월14일까지 여는 '한국의 누드 미학 2003' 전은 작가 68명의 작품으로 한국 누드화의 과거와 현재를 집약하는 흥미로운 전시다. 근대미술의 선구자이자 최초로 누드화를 그렸던 김관호, 대표적 누드화가인 김흥수, 김호걸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누드화는 그 성격상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미술의 분야로 외설 시비 등 논란을 낳기도 한다. 한 사회의 전통과 도덕, 종교적 관점이나 성적 편견이 '벗은 인체' 그림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고대부터 인체의 아름다움을 수적 비례로 탐구했던 서구 사회와 달리 오랜 기간 유교적 전통이 지배해온 한국의 경우 누드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며 "이번 전시는 누드 혹은 성에 관한 우리의 폐쇄성 내지 이중성을 돌아보는 동시에 사회의 심미적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0여 평의 넓은 공간에 펼쳐지는 전시는 작품 내용에 따라 6개 주제로 나뉜다. 우선 전시장 입구에는 김관호 나혜석 김인승 구본웅 이쾌대 오지호 최영림 천경자 등 누드 작품을 많이 남긴 대가들의 작업이 자료로 제시된다.
제1공간은 사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이다. 대상을 충실히 묘사함으로써 인체 특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구자승 이숙자 김일해 등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고 있는 구상 계열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초월주의'란 이름의 제2공간은 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특수한 상황 설정을 통한 초현실적 누드를 선보인다. 신제남 우창훈 김용식 등은 무속의 세계나 인간 내면 혹은 무의식에 내재한 갈등을 상징적 기법으로 드러낸다. 제3공간 '표현주의'에는 이두식 장순업 장혜용 등 분방한 필치가 특징인 한국화 작가들이 인체를 변형하거나 각 부분을 이질적으로 나타내 표현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4, 5공간에서는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한 회화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정복수 류영도 한젬마 등 도발적 이미지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성적 폐쇄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전위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제6공간에는 누드가 어떻게 현대적 매체와 결합하는가를 보여주는 영상, 설치 작업을 모았다. 심영철 박성태 등 새로운 시각으로 인체를 탐구해온 작가들의 상상력을 접할 수 있다.
개막일 오후 4시 반에는 왕형렬 단국대 교수의 누드 크로키 공개 강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문의 (02)399―1772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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