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판매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만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필요 조건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있다.물론 요즘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보다 오히려 소비자의 취향을 미리 읽어 소비를 '강요'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거대한 스포츠 브랜드들은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내며 소비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와 계약을 맺어 우즈에게 나이키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 경기에 내보낸다. 전 세계인들이 우즈의 플레이 하나 하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엄청나다.
우즈가 착용하고 나온 옷은 순식간에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다. 나름대로 패션의 흐름을 예측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집중적인 홍보를 하고 대량 생산, 대량 판매를 한 뒤 빠지는 전략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 휠라로서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이런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거대 브랜드의 전략과는 반대로 여전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재빨리 파악해서 만들어 파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것이 '휠라의 현지화'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계층마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휠라 코리아가 독자적인 제품 기획과 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휠라 코리아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종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포커스 그룹을 조직해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고,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아예 매장에서 살고 있다.
대리점도 본사에서 '숙제'를 줬다. 언제나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대리점 점주들이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불만 사항 등을 조사한 자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본사로 보내는 것이다.
휠라 매장 인테리어에 본사에서 사사건건 간섭하며 각별한 신경을 쓴 것도 비슷한 이유다. 패션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다. 때문에 휠라 매장을 찾은 고객은 휠라 패션을 소비하는 것이다. 휠라 매장은 문화공간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팔아 치운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애프터서비스가 남아있다. 옷이든 신발이든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모든 제품이 완벽하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애프터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함이다. 휠라 코리아의 목표는 3일 내 완벽한 처리다. 소비자가 제품을 가져오면 수선이든, 교환이든 사흘 내에 마무리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가져 다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실 말이 쉽지 3일 안에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이야 고객 만족을 위해 대부분 회사에서 신속 처리를 모토로 하고 있지만, 휠라 코리아는 출범 원년부터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신속 처리만으로 소비자 마음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나는 애프터서비스를 의뢰한 고객에게 작은 성의표시도 하고 있다. 사과의 뜻을 담은 편지와 더불어 열쇠고리나 볼펜 같은 간단한 기념품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브랜드끼리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같은 시절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고민하던 나는 소비자 실수로 인한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다툼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무릎을 쳤다.
'바로 이거야. 애프터서비스의 범위를 늘려 소비자 과실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도 모조리 수리해주거나 보상해주자. 소비자를 감동시켜 한번 휠라 매장을 찾으면 영원한 휠라 애호가로 만드는 거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밀어 붙였다.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큰 이익을 놓칠 수 있는 법. 휠라 제품이라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비용보다는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아니나 다를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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