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통일이 늦어지더라도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 핵 시설에 대한 군사 행동 등 평화를 위협하는 조치보다는 북미간 대화에 의한 타결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소장 김헌태)가 6·25 53주년을 맞아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16일 실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1%가 '통일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답했다. '군사적 충돌이 있더라도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은 7.7%에 그쳤다.
북 핵 문제 해법은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일괄 타결'이 65.0%로 가장 많았다. '북한의 선(先) 핵 포기'는 22.0%, '미국의 선 대북 체제보장'은 11.9%였다. 선 핵 포기는 TK(28.2%) 50대(42.9%), 선 체제보장은 호남(17.0%) 화이트칼라(16.1%)에서 높게 나타났다.
'정밀 폭격'(surgical strike) 등 북 핵 시설에 대한 부분적 공격은 72.9%가 반대했다. 북미간 전쟁 발발 상황이 조성됐을 경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말려야 한다'는 견해가 80.2%였고,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은 18.4%였다. 남북관계 우선(52.5%)이 한미관계 우선(44.5%) 보다 높고, 부시 행정부에 대한 호감(31.3%)이 미국에 대한 호감(54.5%)보다 크게 떨어진 것도 국민의 전쟁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주한 미군 주둔(67.2%)이 단계적 철수(31.8%)의 두 배를 넘어 주한 미군의 대북 억지 역할은 높게 평가했다.
서해교전과 같은 남북간 국지적 무력 충돌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이성적인 대응'(49.9%)과 '강력한 대응'(49.0%)이 팽팽했지만 연령대별로는 20대만 신중론(70.3%)이 더 많았다.
주관적 이념 성향 조사에선 '중도'를 빼고 선택하도록 한 결과, 보수(55.7%)가 진보(37.8%)보다 17.9% 포인트 많았다. 반공과 통일 중에서는 54.1%가 통일을, 42.8%가 반공을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통일(65.8%)이 반공(30.6%)의 두 배를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북 핵 문제와 경기 침체 등 불안 요인에 대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송금 특검과 관련해 61.4%가 '남북관계도 법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69.0%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벌을 바라지 않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갻3.1% 포인트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