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내전이 끝난 지 50년이 되었다. 6·25문학이 둥지를 튼 것은 주로 소설에서다. 인공 치하 서울의 일상적 삶을 그린 염상섭의 장편 '취우'에서 시동을 건 6·25의 소설적 형상화는 손창섭과 장용학의 단편들에서 실존주의적 어둠에 빨려 들었고, 4·19의 프로펠러에 의해 들려진 최인훈의 '광장'에서 처음으로 반성적 이념의 옷을 걸쳤다. 6·25문학은 1970년대 중반에 홍성원의 대하소설 '남과 북'에서 그 총체성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들어 이문열의 '영웅시대'와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자폐적 역사허무주의와 과잉 민중주의로 갈려나갔다.작품이 작가의 체험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는 만큼, 소설 속의 시점은 세대에 따라 다르다. 6·25를 성인으로 체험한 세대의 소설들에서 이 비극은 성인의 지치고 무력한 시선에 담기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이 어느 편인지를 대답해야 했던 유년기의 '전짓불 체험' 때문에 진술 공포증에 빠진 젊은 시인의 내면을 추적하는 이청준의 '소문의 벽', 개인사의 굴곡에 사회사의 파도를 포개놓은 유재용의 가족소설들과 송영의 성장소설들, 국군 장교와 '빨갱이'를 각각 자식으로 둔 사돈간의 불화가 구렁이를 통해 녹는 과정을 그린 윤흥길의 '장마' 등 유·소년기에 6·25를 체험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전쟁의 연대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에 일치한다.
그리고 1984년 제17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을 비롯한 1980년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6·25는 아버지라는 프리즘을 통해 작가의 눈에 포착된다. 요즘 등단하는 문인들에게 6·25는 자신들의 아버지 세대와도 무관한 과거완료의 역사일 터이다. 21세기에 6·25 문학이 쓰여진다면 어떤 형식을 취하게 될지 궁금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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