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기동력이 없었을 때의 여행 패턴이다. 이제 한 가지로는 만족하지 못한다.1년에 단 한번뿐인 기회. 파도소리도 듣고, 계곡의 그늘에도 묻히고 싶다. 땀을 흘리며 산기슭을 오르는 것도 그립다. 한 번의 나들이로 다양한 주제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꼽아본다.
해수욕과 산행, 섬의 정취
'주저 앉으면 그곳이 바로 관광지'라는 아름다운 남해도(경남 남해군). 그 곳 군수 출신이 일약 장관에 발탁돼 더욱 알려졌다. 게다가 남해대교에 이어 사천(삼천포)와 섬을 잇는 창선연륙교가 지난 봄 개통돼 올해에는 더 많은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남해에는 해수욕장이 많다. 이름 있는 곳만 5곳. 상주, 사촌, 두곡, 월포, 송정해수욕장이다. 가장 알려진 것은 상주해수욕장. 길이 2㎞, 폭 100m의 고운 모래밭을 가지고 있다. 땅이 함몰된 듯 육지 속으로 오목하게 들어와 있는 해수욕장이다. 그래서 파도가 거의 없다. 해안을 따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이 늘어서 있다. 가족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남해도의 가장 큰 매력은 금산이다. 돌투성이산이지만 험하지 않다. 8부 능선까지 자동차 길이 있지만, 제대로 감상하려면 발로 올라야 한다. 상주해수욕장 부근에 산행기점이 있다.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이면 올랐다 내려온다. 커다란 바위에 두개의 구멍이 뚫린 쌍홍문,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 등이 있다.
섬에서의 산행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둘러보는 맛이다. 어느 쪽을 봐도 그림 같은 바다와 보석 같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둘러보려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 한다. 섬산은 그리 높지 않아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관리사무소 (055)863-3522.
같은 테마의 여행지
경남 통영시 사량도=대항해수욕장과 지리산(지리망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량도 지리산은 해발 399m의 낮은 산이지만 바위 능선을 타고 종주하는 맛이 그만이다. 싱싱한 해산물은 보너스다. 사량면사무소 (055)640-5507.
전남 고흥군 나로도=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구분된다. 우주센터가 들어서는 곳이기도 하다. 해변의 경사가 완만해 가족 피서지로 제격이다. 마치산과 장포산이 있고 울창한 편백림을 구경할 수 있다.
파도와 계곡폭포의 만남
강원도에서 설악권 버금가는 여행지는?
답은 동해시다. 산과 바다와 계곡이 모두 빼어나기 때문이다.
동해시에 있는 해수욕장은 모두 5곳. 망상, 추암, 어달, 노봉, 감추해수욕장 등이다. 이중 망상해수욕장이 가장 넓다. 군사시설만 걷어내면 망상, 어달, 노봉해수욕장 등은 모두 이어진다. 관광지로서의 모습도 갖췄다. 숙소, 식당 등 시설이 많고 특히 주차장이 동해안 해수욕장 중 가장 잘 정비되어 있다. 2년 전 국제캠핑캐러비언대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당시 지어진 캠핑 시설이 있다.
가장 남쪽에 있는 추암해수욕장은 설명이 필요없는 곳. 애국가의 배경화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촛대바위가 있다. 해변은 그리 넓지 않지만 맑은 물과 수많은 갈매기가 피서객을 유혹한다.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두타산은 해발 1,353m의 높은 산. 백두대간의 본줄기이다. 산에 오르려면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해야 한다. 옆에 붙어있는 청옥산을 아울러 산행 하는데 8∼9시간이 걸린다. 숨이 턱턱 막히는 거친 산행이다. 정상에 서면 너른 동해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청명하면 멀리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 정복이 힘겹다면 용추폭포가 있는 지점까지의 트레킹을 해보자.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서로 다른 계곡의 물이 폭포를 이루며 합쳐지는 쌍폭, 흐르던 물이 절벽을 만나 3단으로 이어 떨어지는 용추폭포가 장관이다. 트레킹 코스는 무릉계곡을 따라 나 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다. 수백명이 올라 앉아도 넉넉한 무릉반석과 고찰 삼화사가 계곡의 품에 숨어있다. 동해시청 관광개발과 (033)530-2471,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534-7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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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권=낙산, 속초, 설악해수욕장 등과 설악산을 연계한 여행지. 굳이 정상(대청봉)에 오르지 않더라도 울산바위, 비선대 코스 등 산과 계곡의 정취에 푹 젖을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이다. 서둘러 숙소 등을 예약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33)636-7700.
경북 포항시 북부=영남 지방에서 각광을 받는 곳. 화진, 월포해수욕장 등이 있고, 포항의 진산인 내연산이 우뚝 서 있다. 내연산계곡은 기암과 옥수가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 산행 후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에 그만이다. 송라면사무소 (054)243-6001.
드넓은 모래갯벌속 생명체험
갯벌은 생명의 보고이다. 그 생명을 직접 보려면 서해로 가야한다. 그러나 끈끈한 진흙뻘은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모래 갯벌을 찾아야 한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는 맑은 모래 갯벌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넓다.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해변으로 나뉘어져 있다. 포구가 위치한 길이
1㎞ 정도의 해수욕장과 군부대가 주둔한 4㎞의 명사십리이다. 명사십리는 낮에만 출입이 허용된다.
모래 갯벌은 단단한 법. 가막도의 갯벌까지 자동차와 경운기가 들어간다. 경운기가 마치 쟁기 같은 것을 끌며 모래를 뒤진다. 맛있는 조개, 백합을 캐기 위해서다. 백합은 모래의 거죽에서 산다. 깊이 들어가봐야 한뼘 정도다. 그래서 아이들도 쉽게 잡을 수 있다. 구시포 갯벌에는 백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모래밭을 들여다 보면 숨구멍 같은 무수한 구멍이 나 있다. 작은 게들이 들락거린다. 자기 구멍에서 멀리 벗어난 게를 조심스럽게 쫓아가 본다.
구시포의 각종 시설은 만족스럽지 않다. 야영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상하면사무소 (063)563-0700.
같은 테마의 여행지
안면도=모두 12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대부분이 고운 모래 해변이다. 꽃박람회가 열렸던 꽃지해수욕장은 너무 알려진게 흠. 아직 덜 알려진 곳을 찾아야 사람에 치이지 않는다. 물색과 풍광은 거의 비슷하다. 안면읍사무소 (041)673-3081.
태안반도 북부권=학암포와 신두리해수욕장이 있다. 바다에 떠 있다가 썰물이면 육지가 되는 학암이 있는 학암포는 풍광이 뛰어난 곳. 신두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사막(사구)이 있다. 갯벌 뿐 아니라 사막 생물도 구경할 수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41)672-9737.
/권오현기자 koh@hk.co.kr
사진 한국비경촬영단 김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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