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최근 한 정치인이 철창에 갇히며 조지훈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 세인의 화제가 됐지만, 자동차 업계에도 '지는 꽃잎'과 '피어나는 꽃송이' 간의 세대교체가 활발하다.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자리를 지켜오던 업체별 간판차종이 속속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EF쏘나타가 2001년 2월부터 2년 가까이 국내 최대판매 차량의 위치를 지켜왔으나,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아반떼 XD가 1위 자리에 올랐다. 아반떼XD는 총 4만5,569대가 팔리며 '국가대표' 간판스타로 자리잡았다. EF쏘나타는 4만2,427대로 2위로 밀렸다.
기아차는 4륜구동 레저용차량(SUV)인 쏘렌토가 지난해 3월 출시 후 기존 베스트셀러 미니밴 카니발과 1위 자리를 놓고 한동안 엎치락뒤치락 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양 모델간 격차를 점점 벌이며 1위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쏘렌토 판매량은 3만2,044대로 카니발(1만8,410대)을 2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GM대우차도 지난해 11월 출시된 준중형차 라세티가 올 1월부터 경차의 '지존' 마티즈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라세티 1만643대, 마티즈 1만159대로 라세티가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올들어 신차 출시가 활발했던 수입차 업계에서는 간판모델 세대교체가 더 치열하다.
BMW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5시리즈(1,935대)가 7시리즈(1,507대)를 400대 이상 앞지르며 가장 많이 팔렸지만, 올해 들어 최고급형 760Li의 출시 등에 힘입어 7시리즈가 1위로 재등극했다. 지난달까지 7시리즈 판매량은 811대인 반면 5시리즈는 800대에 그쳤다.
벤츠 코리아는 반대로 E클래스가 총 632대 판매로 약진해 한 단계 고급모델인 S클래스(466대)를 제치고 최다 판매차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E240(319대)·E320(234대) 모델은 벤츠의 전통적인 대표 모델인 S350(229대)를 3위로 끌어내렸다.
포드코리아도 고급차종인 뉴 링컨 LS가 3월 국내 진출 이후 5월까지 두 달 만에 총 98대의 판매고를 기록, 기존 간판차종인 토러스(136대)와 이스케이프(120대 판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조만간 순위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자동차 고급모델인 링컨 브랜드도 포드코리아 판매 차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1%에서 올해는 40%로 20%포인트 가량 급증,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2월 출시된 4륜구동 트럭(SUT) 다코다(121대)가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5월말 현재 기존 간판차종 세브링(97대)과 그랜드 체로키(81대)를 제쳤다.
이 밖에 폴크스바겐의 보라는 출시 이후 처음으로 4월에 폴크스바겐의 대명사 뉴비틀의 판매량을 앞지르는 등 강세를 나타냈으며, 아우디 A4도 A6를 제쳤고, 재규어 S타입도 X타입을 추월에 각각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의 대표차종 교체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요즘처럼 세대교체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구도에서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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