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공휴일은 연간 12일인데 크리스마스나 하지 등 전날까지 노는 경우를 더하면 총 17일이다. 이중 9일은 기독교와 관계된 것이고 3일은 일반 공휴일이며 나머지 5일은 크리스마스와 하지 같은 전통 휴일이다. 스웨덴의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적인 휴일이라기보다 전통 휴일로 봐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스웨덴어는 그리스도와는 관련이 없고 기독교 이전의 한겨울 축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한국의 휴일 체제는 스웨덴보다 공평하다. 종교적 휴일은 석가탄신일과 성탄절 이틀 뿐이다. 추석과 설날이 가장 큰 공휴일이고, 10월의 개천절을 포함하면 총 7일이 전통 휴일이다. 이밖에 광복절 등 4일의 기념일이 있으며 어린이 날 등 3일의 일반 공휴일이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공휴일이 쇼핑하는 날이란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가게가 문을 열고 쇼핑하는 사람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스웨덴에서는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데 말이다. 스웨덴 상점은 평소 주말에도 토요일에 일찍 문을 닫고, 일요일은 극히 일부만 문을 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문을 연 가게나 호텔, 레스토랑이 아예 없다. 이렇듯 다르니 한국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외식하고 술을 마시는 날인 게 이상할 수밖에….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한국과 스웨덴에서도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최소한 축하는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성계를 제외하면) 별 말이 없다. 노동시장, 임금, 사회적 권리에 대해 남녀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날이어야 함에도 한국에서 이 날이 조용하게 지나가는 이유는 대부분의 입안자들이 남성이고, 여성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동절은 '잃어버린 휴일'이다. 여기엔 물론 역사적 이유가 있다. 한국의 군부독재 정권은 노동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가 사회의 대들보로 여겨지고 거의 모든 이가 노조원인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노동절이 반드시 공휴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이렇다. 스웨덴의 사소한 기독교 휴일은 폐지되어야 한다. 대신 무슬림들이 축하하는 라마단의 마지막 날과 아시아의 음력설은 휴일로 하는 게 옳다. 한편 한국에서는 몇몇 국가 공휴일을 없애더라도 세계 여성의 날과 노동절을 국경일로 했으면 좋겠다.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