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과 조흥의 합병타결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처리가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엔 구조조정의 태풍이 제2금융권에 거세게 휘몰아칠 조짐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투신권이 첫 번째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투신사 1, 2개의 부실을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만 남았다"며 "올해 안에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도 "하반기부터 비은행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며 강력한 '투신 구조조정'의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정부, 투신 구조조정 해법찾기 골몰
투신권의 구조조정은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현대투신증권 등 과거 투신사에서 증권사로 전환된 3대 전환증권사의 처리문제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현대투신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떨어낸 뒤 미국 푸르덴셜에 매각하는 형태로 정리가 될 전망이지만, 이미 7조7,000억원대의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투와 대투 등 나머지 2개사는 아직도 처리방향이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일단 한투와 대투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를 이룬 뒤 추이를 봐가며 국내외에 매각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원매자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해법찾기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 단계에선 단기적으로 경영정상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 수혈을 받았지만 두 회사는 증시불황의 여파로 적자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 회계연도(02.4∼03.3)에 대투는 1,215억원, 한투는 1,883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부실에 따른 환매사태로 추가부실이 생기면서 올해에도 실적호전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두 투신사에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꾀한 뒤 원매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두 투신사의 잠재 부실해소를 위해서는 무려 5조∼6조원대의 대규모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국민의 혈세를 또다시 낭비한다는 비난여론이 예상되는데다 국회의 설득도 쉽지 않아 실현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이다.
투신권 생존 몸부림
정부의 잇따른 투신 구조조정 몰아치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대투와 한투는 이미 '서바이벌 게임'에 들어간 상태다. 대투는 이달 들어 88명의 임직원을 희망퇴직시키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고 자본잠식 해소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무언가 보여주지 못하면 퇴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면서 경영정상화 발판 마련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셈이다. 이달 18일 전체 부서장이 경영 정상화 달성을 위한 각서까지 제출했다. 자본잠식상태가 비교적 큰 한투는 144명을 감원한데 이어 필요하면 정부 지분의 감자를 요구할 방침이다. 자본금 감소를 통해 회사 덩치를 줄여 구조조정이나 매각을 쉽게 하겠다는 취지다.
/변형섭 기자 hispeed@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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