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여야 충돌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이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송금의혹 특검 수사기간연장 거부에 반발, 새 특검법안 제정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선언함으로써 여권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특검 수사를 막은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대 정부투쟁에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이제 겨우 산업은행 4,000억원 불법 대출의혹의 가닥을 잡았을 뿐 현대전자 영국공장 매각대금 1억5,000만 달러, 현대계열사가 모금한 5억5,000만 달러 등에 대해서는 접근도 못하고 있는 데 무슨 수사가 다 됐다는 말이냐"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는 지지기반 이반을 막기위한 정략적 이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결 정국은 한나라당의 기세와 내부 사정, 청와대와 민주당의 완강한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상당기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우선 여론의 대세가 특검 기간연장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26일 선출되는 새 대표 역시 낙선 후보나 개혁파의 동요 등 전당대회 후유증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대여 강공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는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며 단호한 대처방침을 밝혔고, 민주당도 신·구주류 할 것 없이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현재로선 상호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30일 또는 내달 1일 대북 송금의혹 외에 현대에 대한 공적자금 특혜 및 현대 비자금 정치권 유입의혹에다 SK그룹 송금의혹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수사기간을 120일 이상으로 늘린 새 특검법을 국회에서 처리키로 해 당장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비록 노 대통령이 전날 새 특검제 수용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새로 밝혀진 박지원 전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수수의혹에 국한한 것이어서 한나라당의 입장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새 특검법 처리과정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과 국회 파행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앞세워 강행처리하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곧바로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해 쟁점화를 계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및 주변인물의 재산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병행 추진, 노 대통령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는 이 같은 특검 공세가 애당초 대북송금 특검에 반대했던 당내 개혁파의 이탈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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