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총력투쟁을 선언, 정국이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현대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새 특검법을 30일이나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관련기사 A2·3·4면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송두환(宋斗煥) 특검의 보고를 검토한 결과, 대북송금 의혹사건은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라며 "새로 불거진 150억원 수수 의혹사건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특검과 별개의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150억원 수수 의혹은 국민 앞에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검찰에서 수사할지,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할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나라당을 겨냥,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국정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지, 정쟁의 도구나 범법행위자의 도피처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언급은 특검의 활동을 마감하고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본 뒤 150억원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재개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나, 새 특검의 도입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커 검찰수사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노 대통령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를 "반민주적 독선"이라고 규정하고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안 추진, 민생법안 이외의 안건심의 거부 등 대 정부투쟁을 선언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는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력을 총결집해 총체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수사기간을 최소 120일 이상으로 하는 새 특검법안을 제출, 150억원 수수 의혹을 비롯해 5억달러 이외의 추가 대북송금 의혹, 현대에 대한 특혜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과 형 건평씨 재산의혹 및 이기명씨의 용인땅 매매관련 의혹 등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야당의 무분별한 공세를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당은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도 "특검의 목표를 달성한 상황에서 수사기간 연장은 불필요한 것"이라면서 "6·15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가 앞으로 새롭게 조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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