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년 교제해온 10여년 위 남성과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하여 고민중인 24세 여성입니다. 저는 4남매의 둘째 딸로, 외국에 있는 언니 역시 미혼입니다. 상대방은 외국 박사로 국내에서 컨설팅회사를 경영하는 예의바른 미남이며, 저의 부모를 빨리 찾아뵙겠다고 독촉합니다. 지난 수년간 갱년기 어머니가 부부불화를 일으키며 제가 아버지 편을 든다해서 저를 괴롭히실 때 상대 남성이 저를 잡아 주어 더욱 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 외에도 다른 한 둘의 여성과 몰래 교제해오고 있어 제게 불신감을 줍니다. 그는 원래 제 대학친구의 연인이었다가 저를 택한 과거가 있습니다. 어찌하지요?/경기 일산 유씨
인생황혼 무렵에 돌이켜 보면 전성기 청춘사업에서 지른 즐거운 비명으로 기억되시겠지만 한창시절 지금의 댁으로서는 죽을 맛이겠습니다. 그 남성과는 일단 헤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그 분에게는 여성들이 많이 따르는 것 같으며, 그 역시 한 여성과 결혼하기에는 아직 불성실한 면이 있습니다. 그는 여성친구들 사이에서 연인을 바꿔치기한 경력이 있으며, 앞으로도 그런 버릇으로 아내를 골탕먹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부모가 시키는 대로 결혼하는 것도 우습지만 부모 반대를 마다하고 돌격하는 것도 무모할 때가 많습니다. 인생경험이 더 많고 자기를 쭉 키워온 부모는 나름대로 댁과 남성들을 더 잘 아는 터라 완강한 반대에는 틀림없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결혼으로 부모를 실망시킨 자식은 집안 대인관계가 어려운 것은 물론 뒤에 유산상속에서 불리할 경우가 종종 있지요.
셋째, 두 분 나이 차이가 걱정됩니다. 요사이는 남녀 나이가 엇비슷한 것이 추세여서 후에 부부단위 사회생활에서 소외당할 경우가 많을 것이고, 두 분 성생활도 중년 이후 균형이 깨질 것입니다. 심리적인 면에서 이런 결혼은 여자가 남편 속에서 아버지를 찾는 의미가 있습니다. 댁 어머니께서 갱년기 혼동에 빠졌을 때 댁을 아버지 편이라고 규탄한 것은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를 채 가려 한다'는 피해의식에서 온 말이었습니다.
딸의 경우 평소 아버지를 사랑하는 애틋한 심정이 무의식에 강하게 남아 있다면 그것이 현실에서는 나이 많은 남성을 배우자로 택하는 것으로 발휘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이런 심리는 부모 각자에게 일목요연하게 보일 경우가 많아 장차 장인, 장모, 사위, 딸의 상호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충동적으로 내리는 결단은 자기와 가족의 나머지 인생을 불행하게 할 소지가 있죠.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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