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통해 충무로 근처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용석(38·강북구 번동)씨는 23일 출근길에 낭패를 당했다. 평소보다 정체가 심해 '비오는 월요일이니 그렇겠지' 하고 이화사거리까지 이르렀는데 늘 가던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평소 3차로이던 도로가 2차로로 줄어있었고 이화사거리에는 좌회전과 직진을 아예 못하도록 경계봉이 설치돼 있었다. 혼란에 빠진 김씨는 경찰에게 물어 물어 도심을 한바퀴 돈 다음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서울시가 청계천복원공사를 앞두고 22일부터 대학로와 창경궁로에 일방통행, 차등차로제를 시행했지만 23일 첫 출근길에 나선 많은 운전자들이 미처 이 사실을 알지 못해 곳곳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시가 시행한 새로운 교통체계의 큰 틀은 도심 진입땐 창경궁로를 이용하고 외곽으로 나갈땐 이화사거리를 지나 대학로를 이용토록 돼있다. 창경궁로 혜화동→원남사거리와 대학로 이화사거리→혜화동 구간은 4개 진행차로, 2개 반대차로의 차등차로제로 운영하고 원남사거리―종로4가, 종로5가―이화사거리 구간은 일방통행제로 변경한 것.
특히 이날 혜화동로터리에서 대학로로 접어든 차량들은 3차로에서 2차로로 좁아진 길과 이화사거리의 신호 변경으로 큰 혼잡을 이뤘다.
상당수 운전자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변경 사실을 몰라 교통경찰에게 문의를 하는 등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창경궁로의 원활한 소통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진입차량의 정체가 삼선교까지 이어져 미아로 구간(길음동―혜화동)은 평소와 비슷한 정체를 보였다.
교통체계 개편으로 종로 일대에도 소동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종로(종각→동대문)에서 유일하게 좌회전이 허용됐던 종로4가 교차로에 좌회전이 금지되면서 운전자들이 혼란을 빚었다. 매 신호대기마다 좌회전 깜박이를 켠 차량들이 7, 8대 꼬리를 물고 서있었으며, 일부 차량은 교통경찰이 잠깐 한눈을 파는 틈을 이용, 불법유턴을 감행하기도 했다.
종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던 박경석(43)씨는 "예전에는 주차장 앞에서 유턴하면 됐는데 신호가 바뀌어 종로5가를 지나 청계5가까지 가서 유턴을 받아 빙 둘러왔다"며 "교통시스템을 바꾸려면 시민들에게 충분한 홍보를 해야 될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출근시간때는 원활한 흐름을 보이던 율곡로(광화문→창경궁)는 이날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 오전 10시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이화교차로까지 가로질러 대학로를 이용하면 손쉽게 외곽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를 모르는 승용차들이 원남사거리에서 좌회전하려고 노선버스들과 뒤엉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율곡로에 늘어선 차량들의 꼬리는 금새 안국동까지 이르렀고 퇴근길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원남교차로에서 교통흐름을 분석하던 동대문경찰서 박영우 교통지도계장은 "율곡로 차량들을 이화사거리로 직진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함께 교통신호 주기를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일 시행 첫날의 혼선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교통체계를 개선하면 운전자들이 익숙해지는데 보통 한달 정도가 걸린다"며 "안내 플래카드 등을 추가 설치하고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해 변경된 신호체계가 하루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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