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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3> 조기유학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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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3> 조기유학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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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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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 보냈다가 우리 아이만 바보 되는 건 아닐까.' '혼자 외국 생활 하다가 멀쩡한 아이 망가지면 어쩌지….' 조기유학 인구가 급증하면서 비록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학부모라면 한번쯤 아이의 해외유학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전후에 해외로 나간 조기유학 1세대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고 있어 부모의 심적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욕과 성실성이 있는 아이라면 성공확률이 높다"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가기 싫다는 아이를 도피성으로 보냈을 때"라고 진단했다."모든 아이는 향수병을 앓는다"

두 아이와 부인을 미국에 보낸 뒤 1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강모씨는 얼마 전 부인의 전화를 받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10살 먹은 딸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의 사소한 다툼 끝에 수세에 몰리자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부인은 아이가 집에 와서도 줄곧 영어로 "나 미국인 맞지?"라고 반복해 물었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언젠가는 한국에 와서 살아야 하는데 아이가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 것 같아 착잡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나라를 이른 나이에 떠난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 불안은 '향수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MBC아카데미 국제교류센터 임형진 대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 때 유학을 떠난 아이들의 대부분이 향수병을 겪는다"며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 전화를 하거나 학교를 반 이상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아이보다 엄마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다 아이가 학교나 특별활동으로 하루 종일 집을 비우면 마땅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이나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우울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아이의 뉴질랜드 유학길에 동행한 한 주부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우연히 전해 듣고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러기 엄마'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간단한 어학코스에라도 등록해 낮 시간에 '할 일'을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엄마가 대학 코스에 등록하면 자녀 학비의 50%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부모와 국가의 지속적 관심 필요

직접 가서 보지 않고 유학원이나 주위의 얘기만 듣고 학교와 숙소를 잡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A대 교수 박모씨는 2년전 중학교 1학년생 딸을 친한 엄마의 소개로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F학교에 맡겼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어학 및 적응을 위한 임시 코스였지만 아이를 잡아두고 다음 단계로 올려주지 않았던 것. 아이가 전화할 때마다 '왜 나는 일반학교 인터뷰를 안보냐'고 불만을 털어 놓아 직접 학교를 찾은 박 교수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에 학생은 불과 15명. 게다가 대부분이 한국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정식으로 등록된 학교였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며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지 부모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제유학원 정남환 원장은 "조기유학이 제대로 된 국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이 같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장은 "세계적으로 조기 유학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쿠바밖에 없다"며 "조기유학이 세계적 추세인만큼 무조건 막기보다 오히려 한국 학생간의 네트워크 구축이나 워크샵 개최 등 이들을 도와줄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비용·언어 충분한 준비를"/황현철 코리아토인비 대표

"무턱대고 조기유학을 떠났다가는 십중팔구 실패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하고 언어능력을 사전 배양하는 등 준비된 유학만이 성공합니다."

초·중·고교생 대상의 미국 공·사립학교 교환 프로그램 등 조기유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주)코리아토인비(www.ktoynbee.co.kr)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황현철(39·사진) 대표는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은 해외 유학을 가고 싶어한다'는 한 인터넷 사이트 설문조사 결과를 예로 들면서 "그러나 원한다고 그냥 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조기유학을 결정하기에 앞서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우선 고려할 것을 충고했다. "일반적으로 1년간 나라별로 수업료 숙박료 생활비로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 정도 소요됩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 비자로 입국한 뒤 비자변경으로 공립학교 입학이 가능했지만 최근 이민법이 부쩍 강화돼 유학 가기가 더욱 까다로워져 이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출국전 언어능력을 기르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

그는 특히 학교 선정과정에서 서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선정할 때 유학전문기관이나 외국 현지 사이트, 각국 대사관 등과 충분히 접촉한 뒤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유학원 경영자들의 "조기유학 이렇게 본다" 서울시내 50명 설문

조기유학을 보낼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본지가 강남 일대 유학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기유학 성공의 열쇠는 학생 자신의 각오(64%)와 부모의 지속적 관심(2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기유학을 떠나기 가장 적합한 나이에 대해서는 중학교 이상이라는 응답이 66%를 차지해 아직은 초등학교 때 아이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을 보낸 후 가장 문제가 되는 점으로 정서적 불안(43%)과 학업(37%)을 꼽았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적응 여부에 가장 큰 변수는 학생의 성격 등 개인적 자질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또한 이들은 조기유학을 보내기 전 무엇보다 영어를 준비(69%)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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