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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고를 게 없는 "교육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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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고를 게 없는 "교육부 메뉴"

입력
20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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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창 밖 풍경은 참 음울하다. 남쪽에 태풍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일까.할퀴고 지나가는 태풍의 아픔도 아픔이겠지만 요 며칠을 돌아보면 교육 현장에도 태풍이 불어 닥쳐 도대체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 학교 전교조 선생님들은 사흘째 점심 시간마다 NEIS를 놓고 토의를 했다. 지금 전국 모든 학교에서도 아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 아직 전체 토론은 하지 않았지만 벌써 어수선하다.

교육부에서는 각 학교별로 NEIS를 택할 것인지 CS를 택할 것인지 수기를 택할 것인지 알아서 하란다. 말은 좋다. 그런데 고르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장에서 먹거리 하나를 골라도 정말로 맘에 드는 먹거리가 없을 때는 뒤돌아서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람. 정보 보안이 미비한 NEIS는 제대로 익지도 않은 음식, 이미 사용하지 않고 있는 CS는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가 난 불량식품, 수기는 언젠가는 다시 조리해야 할 날 음식 같다. 먹을만한 게 없는데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할 때의 그 고통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 입맛만 문제가 있다면 별 것 아니다. 그저 꿀꺽 삼키면 된다. 그러나 말은 안해도 너나 없이 같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렇듯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각급 학교에 선택의 자유를 준 것처럼 생색내며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 부처인지 알 수가 없다.

내일 모레 전체 회의 시간에 NEIS 얘기가 나올텐데 선생님들끼리 싸우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싸우게 된다 해도 서로 술 한 잔에 다시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정말 미운 것은 NEIS를 앞세워 선생님들끼리 또 한 번 싸우게 만드는 교육부다.

태풍. 우리들 교육 현장에 불어 닥친 이 태풍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나도 이제 태풍의 한 가운데 서 있으니 오늘은 아이들에게 정보의 중요성이라도 다시 한 번 강조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선생님들과 제대로 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많이 웃어야겠다.

/남진솔·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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