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따른 전산망 마비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김진표(사진) 부총리는 23일 조흥은행 파업협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전산망은 은행마다 운영 방법이 다르고 패스워드를 모르면 사용할 수 없는데, 이런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심사숙고 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전산망 마비에 대한 준비부족을 시인했다.
금융당국은 조흥은행 전산센터 직원들이 속속 철수, 파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산망 다운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도 "농협이 조흥은행과 전산시스템이 같기 때문에 금세 조흥 전산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며 정상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수차 밝혔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조흥은행만의 고유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며 "급여이체의 경우 해당 회사의 월급명세서 등 전산자료와 회사 계좌, 자금 조달 경로 등을 전반적으로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규직원이 아니면 아무리 전산전문가라도 이를 완벽히 처리하기 어렵다"고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실제로 조흥은행측은 20일 오후 전산인력 부족으로 인한 미결업무 처리와 컴퓨터 과부하 해소를 위해 주말인 21, 22일 전산망 가동의 전면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전산망 가동 중단으로 온라인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고객 통지문까지 만들었으나, 다행히 노조가 전산인력 28명을 긴급 지원키로 함에 따라 전산망 중단 계획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조흥은행 파업 후 인력부족으로 전산시스템의 정상 운영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막판에 노조측에 전산망이 다운되면 조흥은행은 더 이상 은행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영업정지와 부실은행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은행 전산망 다운 직전의 다급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노조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최소한의 요원을 다시 복귀시키지 않았다면 전산대란 위기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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