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타협의 소산이었던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의 송두환 특별검사호(號)가 결국 정치 논쟁의 암초에 걸려 운항을 마감했다.특검팀은 출항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2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된 이후 3월15일 법 공포에 이르기 까지 여야는 특검 수사범위 등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대립 양상을 보였다. 정권 초창기 대야 관계 경색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당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 특검법을 수용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다.
수사초반 특검팀은 '선(先) 진상규명, 후(後) 사법처리 여부 판단'을 원칙으로 내세워 '화끈한' 결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고 때마침 노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관심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5월20일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의 긴급 체포는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거물급 사건 관계자들이 소환되기도 전에 전격 단행된 이 전 총재의 사법처리는 향후 특검 수사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뒤이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의 구속은 한동안 잠잠했던 정치권의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민주당 등은 "특검팀이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사법처리에만 혈안이다"며 수사행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은 "수사 방해공작을 중단하라"며 맞불을 놓았다. 논쟁은 국회를 넘어 보혁 갈등의 양상으로 비화했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번갈아가며 '특검 수사중단'과 '김대중 사법처리'의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었던 6월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KBS와의 대담에서 "대북송금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재천명했다.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뇌물수수 의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돌출하면서 대북송금 대가성 규명이라는 특검 수사의 본래 목적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신청은 거부됐다. 노 대통령은 "150억원은 대북송금과는 별개사안"이라며 연장거부의 명분을 제시했지만 특검 수사가 김 전 대통령 등 구 여권 핵심부를 겨냥해 들어감에 따른 지지층 이반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특검팀은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어야 할 특검 수사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중단된 점은 매우 아쉽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자조했다. '정치'에서 시작돼 '정치'로 끝난 송두환 특검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