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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썰렁한 대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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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썰렁한 대화 2

입력
200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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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버지와 청소년 아들 사이엔 대체로 이런 대화가 오간다. 아버지는 보통 아들의 등 뒤에서 아들이 열심히 죽이는 게임 속의 괴물들을 응시하게 된다.요새 공부 잘 하지?

네.

힘들지 않냐?

네.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던데.

장난 아니에요.

장난이라니?

아, 그런 말이 아니구요.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지 않니?

안 하는 애 없어요. 안하면 왕따돼요.

근데 너무 많이 죽이는구나.

(피융피융피융쾅콰콰쾅)

아빠 저 지금 좀 바쁘거든요.

(머쓱해진 아버지, 괜히 아들 책꽂이에서 문제집을 빼 들춰본다. 아주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갑자기 화가 난다)

온종일 게임만 하고 공부는 언제 하니?

(엄청나게 몰려든 괴물들이 아들의 캐릭터를 갈갈이 찢어놓고 있다. 게임오버. 아들, 원망스런 얼굴로 아버지를 돌아보면 아버지 퇴장한다. 대화 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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