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 동성애자가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며 상대 동성애자를 상대로 제기한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재산분할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서울고법 민사7부(손기식 부장판사)는 22일 A(46·여)씨가 "사실혼 관계가 청산된 만큼 재산을 분할하라"며 B(47·여)씨를 상대로 낸 동업청산금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B씨는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 부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사실혼에 가까운 동거'가 인정될 경우 부부 사이와 비슷한 재산 분할권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재산 분할권은 이혼한 부부만이 갖도록 되어 있다.
재판부는 "동성애 여부는 피고가 인정하지 않는 등 다투는 부분이 있고 정식 판결이 아닌 만큼 동성애자의 사실혼 관계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장기간의 동거 기간이 인정되기 때문에 B씨 명의로 된 재산의 일부에 대해 A씨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결정문 송달일로부터 2주 안에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확정된다.
A씨는 당초 인천지법에 동성애에 따른 재산분할이 아닌 단순 동업청산금 청구 소송만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이후 청구 원인에 '사실혼 관계에 따른 재산 분할과 위자료'를 추가, 항소심부터는 소송의 본질이 동성애자의 권리에 관한 것으로 전환됐다. A씨의 변호인인 한대삼 변호사는 "동업청산금은 엄격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인정 받을 수 있지만, 부부간의 재산분할은 장기 동거 등 사실혼의 정황만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권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청구취지를 첨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1980년부터 결별하기 전까지 21년간 B씨와 살아오면서 정기적으로 성적 관계를 가졌다"며 "공동으로 모은 10억 원대의 재산을 모두 B씨 명의로 관리한 만큼, 재산에 대해 절반의 권리가 있다"며 사실혼 관계를 주장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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