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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33>오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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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33>오길비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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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6월23일 20세기 광고업에 혁신을 일으킨 데이비드 오길비가 영국 서리주(州) 웨스트호슬레이에서 태어났다. 1999년 몰(沒). 만년의 오길비는 "프랑스의 한 잡지는 애덤 스미스, 에디슨, 마르크스, 록펠러, 포드, 케인스와 나란히 내 이름을 거론하며, 산업혁명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나라고 적었다"고 뽐내곤 했다. 그 자체가 광고 카피라고 할 만한 이 발언을 뒤로 하고 그가 죽은 지 네 해가 돼 간다.대공황의 시작과 함께 청년기에 진입한 오길비는 수습 요리사, 난로 외판원 등으로 초년 고생을 하다 광고대행사에 들어갔고, 38세 때인 1949년 뉴욕 매디슨가에 오길비 앤드 매더 광고대행사를 차린 뒤 독창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초창기 오길비 앤드 매더의 성가를 높인 오길비의 대표작은 해더웨이 셔츠와 롤스로이스 광고다. 검은 안대를 한 남자를 등장시킨 해더웨이 광고는 그 뒤 수십 개의 모작이 나올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시속 60 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차 안에서 제일 큰 소리는 전기 시계 소리입니다"라는 롤스로이스 광고 헤드라인 역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여론 조사를 광고에 도입하고 기업 이미지 광고(브랜드 광고) 영역을 개척하며 당대 광고업계를 선도한 오길비의 삶은 광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것을 증명한 과정이기도 했다.

오길비와 그 후예들을 통해서 이제 인간의 잠재적 표현 양식들 전부가 광고 양식으로 흡수되고 있다. 최근의 선거 운동이 보여주듯 정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광고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준다'며 '대한민국 1%가 되라'고 선동할 때, 이 자본주의의 꽃이 내뿜는 것은 무서운 독향(毒香)이기도 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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