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별검사가 "조사 계획을 갖고 있지도,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며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제외' 방침을 밝힌 것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받아들여진다.김 전 대통령의 조사 대상 포함 여부는 특검 수사에서 가장 첨예한 논점 중 하나였다.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은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므로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견해와 최고 책임자인 김 전 대통령의 조사를 통해서만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양립해 왔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이 대북송금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식 의견조율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최근 특검팀의 내부 기류는 'DJ 조사 불가피론'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특검팀이 'DJ 조사제외' 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으로 이른바 '빅딜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특검 수사에 반대론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DJ 조사 및 기소'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수사기간 연장을 보장 받겠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수사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줄곧 '과잉수사론'을 펴며 수사중단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진상규명은 도외시한 채 관련자 처벌에만 혈안이 된 특검 수사가 정상회담의 의의 및 남북관계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주장의 이면에는 'DJ조사만은 안 된다'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특검팀으로선 'DJ 조사'를 포기함으로써 비판여론을 무마하고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수사를 직접 마무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타협점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팀의 이 같은 절충안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어중간한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크다. 한나라당 등은 "대북송금의 진상규명을 위해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차치하고서라도 '통치행위' 여부의 판단을 위한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기 위해서라도 김 전 대통령의 조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따라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정치적 타협물'로 비난 받을 소지가 크다. DJ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서 다른 한편의 적극 지지를 기대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성공한 특검'으로 평가받길 원하는 특검팀으로선 이래저래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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