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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62>선인장의 생존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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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62>선인장의 생존 지혜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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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비 소식이 많습니다. 나무에게야 나쁠 것 없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걱정이지요. 혹 부지런히 꽃피우고 한참 열매를 맺어야 할 봄꽃이 어렵지는 않은지,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산딸나무 꽃들이 상하지는 않았는지….물은 식물이나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입니다. 물이 없다면 살아갈 수조차 없어 존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숲을 구성하는데 필수적 요소는 햇볕이지요. 나무와 풀은 일정한 공간에서 햇볕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지요. 그런데 지구 차원으로 조금 크게, 멀리 식물 분포를 따져보면 강수량 즉 수분이 1년 동안 얼마나 공급되느냐에 따라 어떤 곳에 어떤 식물이 자라는 지가 결정됩니다.

1년에 2,500㎜의 비가 내리는 곳을 열대다우림이라고 하여 우거진 밀림을 만들어 냅니다. 강수량이 600㎜이하로 내려가면 우거진 숲은 구경하기 어렵고 스텝지역이라는 초원지대를 만듭니다. 250㎜정도면 사막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런데 생명력은 참으로 대단해 불모지라는 사막 환경에도 적응하며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지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인장입니다. 선인장의 생존 전략은 간단합니다. 최대한 물은 많이 확보하고, 저장한 물은 도망가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것이지요(어째 돈 버는 방법과 비슷하지요?). 선인장은 최대한 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뿌리를 그물처럼 넓게 펼치지요. 수분을 흡수하기 위한 뿌리의 발달과정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선인장을 비롯한 건조한 곳에 사는 식물들은 더 특별합니다.

우리가 잎처럼 생각하는 선인장의 푸른 몸체는 사실은 줄기입니다. 다육질이어서 물을 많이 저장하면서도 공기구멍 수는 적고 표면은 납질로 덮여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합니다. 멀리서 보면 선인장이 희게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시는 잎이 변한 것입니다. 가시로 변한 이유는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 주에 이야기한 막대한 수분의 증산(蒸散)을 막아보고자 함이지요. 선인장 가시를 잘 보면 가시가 달린 자리가 있습니다. 잎이 달리는 자리가 있듯이 말입니다.

선인장은 특히 표면 주름이 깊게 발달했습니다. 가능한 한 주변의 복사열을 받아 식물 몸체의 온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랍니다. 온도조절을 잘 하기 위해 라디에이터에 주름을 내듯이 말입니다.

몇 년이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에, 그래서 생명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그러한 땅에도 어느 순간 큰 비가 한번 오면, 어디에선가 나타난 온갖 식물들이 일제히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답니다. 어려운 일로 마음을 상했다가도 사막의 꽃들이 견뎌냈을 인고의 세월과 고난의 깊이를 생각하면 우리는 식물보다 못하다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하긴 인간이 더 낫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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