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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3> SW산업 성공신화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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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3> SW산업 성공신화의 허와 실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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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최대 정보기술(IT)산업단지인 방갈로르. 뉴델리에서 항공편으로 2시간 30분가량 남서쪽으로 가야 하는 이곳은 황사 속에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던 뉴델리와 달리 화창한 날씨에 기온도 높지 않아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연평균 25도의 온화한 기온은 방갈로르가 해발 920m의 데칸고원에 위치한 때문이다.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인 4∼6층의 저층 건물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루슨트테크놀러지, 필립스 등 세계 유명 IT회사들의 회사 로고가 건물들을 장식하고 있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는 세계 유수의 100여개 IT기업들이 운영하는 연구소와 콜센터가 있고, 2000년 컴퓨터인식오류(Y2K) 문제 해결프로그램을 내놓아 각광 받은 인도기업 인포시스 등 900여 개의 소프트웨어(SW)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 삼성SDS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인도로 쇄도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저임금으로도 영어가 가능한 숙련 노동력 때문이란 게 인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SW 전문 인력의 1990년대 말 평균 연봉은 미국의 6분의1 수준인 1만달러에 불과했다. 방갈로르 소프트웨어기술단지(STP)에서 만난 J. 파르타사라티 부소장은 "인도는 IT산업의 본거지인 미국과의 시차가 12시간인 관계로 특히 미국 기업들이 24시간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을 위해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인도 SW수출의 60%가 미국에 치중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2002년∼2003년 96억9,300만달러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면서 전세계 SW 시장의 20%이상을 점유, 세계 2위의 SW 강국으로 떠올랐다. 내스컴 매킨지는 인도의 IT시장 전망보고서에서 2008년 IT산업의 수출이 570억달러에 이르고 이중 SW가 30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IT고용인력도 8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도의 IT산업이 장미빛 전망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방갈로르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통신, 컴퓨터, 인터넷 등 하드웨어 기반이 없이 SW만 기형적으로 성장해 있으며, SW산업도 자체 제품개발보다는 외부의 수요에 따른 하청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를 '세계의 SW공장', 인도의 SW산업을 '지식노동 집약산업'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의 현지 SW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박석민(31)씨는 "2∼3년 전 수 백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인도의 SW산업을 배우기 위해 왔다가 낙후한 시설에 실망, 중도 귀국하는 등 문제가 됐던 것도 인도 SW산업의 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저임금의 매력도 점차 약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인도의 SW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세계 유수 기업들이 인도로 몰리면서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의 한 업체 관계자는 "경력이 4∼6년인 경우 연봉이 1만달러 선이지만, 팀장급인 경력 17년 가량 되면 5만5,000달러까지 치솟는다"면서 "임금이 매년 20%씩 상승,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숙련된 기술자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인도의 SW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분명한 목표 하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LG전자의 방갈로르 연구소인 LGSI의 최항준 부사장은 "한국이 IT강국이 되기 위해선 인도를 철저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현지에서는 고부가가치인 SW의 기획과 서비스에 치중하고 개발은 인도 현지를 활용하는 등 차별화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갈로르=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 SW산업 발달 배경

인도에서 SW기술자는 '꿈의 직업'으로 불린다. 폐지되었지만 카스트제도가 아직도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현실에서 하층 계급들에게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되기 때문이다. SW기술자의 초임이 웬만한 대졸 근로자의 5∼6배에 달하는데다 스톡옵션 등으로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갑부로 변신하는 성공신화가 속출하고 있다. 인도의 간판 SW기업인 인포시스의 경우 스톡옵션으로 수백명의 직원이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인도가 'SW산업의 대국'이 된 것은 높은 교육열, 영어 구사가 가능한 저임의 소프트 기술인력, 축적된 과학기술, 지리적 여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육성책을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10%인 1억 명이 자유로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영어 소통이 가능한 인력이 2억∼3억 명 내외로 추정된다. 영어 구사면에서 본다면 인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SW기술자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어린아이들도 대부분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등 기반이 탄탄하다. 비니타 세티 인도상공회의소 부국장은 "우리 아이가 8살인데 파워포인트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인도의 축적된 기초과학 지식도 SW산업의 발달의 근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인도는 1960년 대에 제트기 생산과 핵실험에 성공했으며, 70년 대에는 인공위성을 발사할 만큼 기초과학이 뛰어나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학비 부담이 거의 없으며, 매년 인도공과대학(IIT), 인도과학원(IIS) 등 1,900여 교육기관에서 8만여명의 IT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세계 IT산업의 본거지인 미국과 12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는 지리적 이점에 다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육성정책은 단기간에 인도를 세계 2위의 SW산업 강국으로 떠오르게 한 비결로 지목된다. 인도 정부는 제반 사회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별다른 기초 투자 없이 육성할 수 있는 전략적인 분야로 SW를 선정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도정부는 99년 10월에 IT발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를 신설, 모든 IT정책을 총괄토록 했으며, SW개발을 위한 국가태스크포스를 구성, 중장기 정책목표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방갈로르를 필두로 전국 39개 도시에 소프트웨어기술단지(STP)를 조성, 입주업체에 관세 면제 및 감면, 소득세 면제 등의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방갈로르=권혁범기자

■"방갈로르 SW단지" 파르타사라티 부소장

"인도 정부는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방갈로르 소프트웨어기술단지(STP)의 J.파르타사라티(사진) 부소장은 "인도는 산학연계 등 다양한 지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SW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SW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기업들의 SW 자체개발 등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르타사라티 부소장은 "방갈로르는 온화한 기후에 녹지가 20%나 되고 미국의 MIT에 비견되는 인도공과대학(IIT) 등 500개 이상의 IT전문대학에서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등 SW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등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1,000대 기업 중 300개 이상의 업체가 방갈로르에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도 정부는 방갈로르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전국에 39곳인 STP외에 추가로 12곳을 개발 중이다. 그는 최근 미국 내에서 실업문제 등으로 인도의 아웃소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의 일부 주에서 정부 기관들의 아웃소싱을 금지했지만, 민간기업의 시장이 워낙 커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갈로르=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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