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소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은 이미 소비의 주체가 됐다. 더불어 최근에는 여성의 창업 열풍도 거세게 일고 있는 추세.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둘러 '점포를 연' 많은 여성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여성 창업 모니터링 전문업체 이모니터스(www.emonitors.co.kr) 강현용(52·사진) 대표가 두 개의 창업 케이스를 분석, 여성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을 제시했다. 강대표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창업을 생각하는 여성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기자신과 주변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일"이라며 "여성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너무 급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여년의 보험마케팅 경력을 가진 강 대표는 특히 여성의 친화력과 섬세함, 그리고 정직성을 살리는 경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 1/전직 디자인실장의 옷가게가 실패?
양수정(44)씨는 2001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레몬에이드'라는 옷가게를 차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모브랜드의 디자인실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가 팔았던 것. 초반에는 무척 잘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별다른 이유 없이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달에 120만원씩 하는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 했다. 또 가게를 차릴 때 냈던 권리금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석 / '맞춤식 코디'등 장점활용 못해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옷은 꼭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일률적인 디자인보다 개성을 강조하는 추세가 되면서 다른 곳에서 떼다 파는 작은 옷가게로는 승부를 걸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시장상황이 '레몬에이드'를 서서히 몰락하게 한 주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상황보다 더 큰 문제는 양씨가 자신의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전직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맞춤식' 서비스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창업주가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관계 마케팅'.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어떤 건지, 적합한 가격대는 어느 선인지 관계를 유지해가며 정보의 폭을 넓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관계 마케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인터넷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것은 물론 고객의 선호도에 대한 정보 분석과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양씨도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 드는 점포를 접고 고객에게 1대1 코디 제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패션 쇼핑몰로 전환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회원이 된 고객에게는 마치 '디자이너 출신 개인 코디네이터'를 둔 것과 같은 정성어린 서비스를 제공, 확실한 '단골'로 삼아야 한다.
사례 2/기발한 메뉴로 승부한 "왕삼겹살"
주부 서모(50)씨는 3년 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참치횟집을 차렸다. 그러다 주변의 삼겹살집이 잘 되는 것을 보고 횟집을 접고 급하게 삼겹살로 메뉴를 바꿨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장사는 하향길이었다. 주변에 각종 삼겹살집 10여개가 즐비한 것도 문제인데다 2층이라는 위치적 불리함도 무시할 수 없는 약점이었던 것.
안되겠다고 생각한 서씨는 지난달 장소를 강남구 수서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으로 옮기고 회전식 구이 삼겹살로 메뉴를 특화했다. 이 삼겹살집에는 한 달 동안 꾸준히 손님이 늘어 결국 이전 점포 매상의 세 배 이상을 올리고 있다.
분석 / 메뉴·위치·서비스 세박자 호평
현재 매장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확실한 손님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다. 늘 부근을 떠나지 않고 주변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설정고객'을 많이 가지고 있어 실패한 전 매장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또한 회전식 구이 삼겹살은 다른 종류의 삼겹살보다 덜 알려져 있어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는 것도 강점이다. 아무리 유행하는 아이템이라도 일반인들이 '좀 많다' 싶은 느낌을 가지는 선에까지 이르면 이미 승산이 없다고 보면 된다.
서씨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특유의 친절함이었다. 한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족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럴 경우 손님이 오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보다는 어깨를 툭툭 치는 것처럼 이웃집 아줌마 같은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매장의 성공은 메뉴와 위치, 서비스 삼박자가 맞아 빚어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전 매장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를 질질 끌고 가지 않고 과감한 변화를 꾀한 것도 중대한 결심이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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