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끈적거리는 날엔 차라리 꺼버리고 싶은 뜨뜻한 조명. 그러나 여름이라고 불 끄고 선사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조금만 센스를 발휘하면 조명으로 실내온도를 높이기는 커녕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LG데코빌 범승규 선임디자이너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는 집안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TV 불빛만으로 버티는 가정이 많다"며 "유리나 금속, 혹은 천연소재로 된 조명으로 집안을 밝고 시원하게 연출하라"고 조언했다.여름 소재는 역시 유리
백열등보다 형광등이나 흰색 할로겐등이 시원해 보이는 것은 상식이다. 색채학적으로 붉거나 노란 빛보다는 흰색이 찬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천장에 붙어 있는 주조명이 백열등이라면 형광등이나 할로겐등으로 된 스탠드를 활용한다. 인테리어 효과 면에서는 멋없는 일자 형광등보다 흰색 할로겐 전구가 한 수 위지만 실제 온도는 형광등이 더 낮으므로 상황과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가장 시원해보이는 소재는 유리. 투명한 유리는 구하기 쉽고 깨끗한 느낌을 줘 여름 조명으로 인기다. 유리에 푸른색의 장식이 악센트로 들어가면 찬 느낌이 한결 더해진다. 불투명한 흰색 유리는 냉동실에서 갓 꺼낸 듯한 얼음을 연상시켜 시각적 온도를 대폭 낮춘다.
기존 샹들리에의 크고 무거운 느낌을 뺀 작은 미니 샹들리에도 여름용 조명으로 제격이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작은 크리스털이 빛을 분산시켜 더운 느낌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투명함의 대명사 크리스털과 차가움의 상징인 금속이 어우러진 모던한 디자인의 샹들리에도 앤틱(골동품) 스타일보다 훨씬 시원해 보인다.
편안한 자연소재 조명
여름용 인테리어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등나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만졌을 때의 느낌도 끈적이지 않고 산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공기가 쉽게 통하는 것도 여름 소재로 각광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등나무나 대나무로 짠 전등갓을 씌우면 더워 보이는 백열 전구도 한결 운치 있게 연출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여름 천인 마 소재로 된 조명도 눈에 띈다. 룸앤데코 코즈니 등 인테리어 전문 매장에서는 전등갓을 마로 만들어 확실한 여름 분위기를 낸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룸앤데코 홍보실 유미선씨는 "더운 여름에는 제품 전체, 혹은 전등갓 끝단을 마 소재로 장식한 여름용 제품이 단연 강세"라고 말했다.
소재가 아닌 디자인으로 실내 분위기를 시원하게 해주는 제품도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얼음 모양 장식. 한샘 인테리어 장승연 MD는 "사각 얼음을 본뜬 모형이나 바닷가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작은 가루 등을 활용한 제품은 자연스러운 연상작용을 통해 체감 온도를 낮춰줄 수 있는 여름용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사진= LG데코빌·한샘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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