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SK(주)를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SK글로벌 정상화 결정으로 한숨 돌리게 된 SK(주)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지분 매집으로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외인 지분 사상최고
22일 SK(주)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6월 들어서도 연일 SK(주)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 지분율이 42.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월 19일 SK(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25.15%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3개월 사이 17.1% 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특히 이달 13일 국내외 증권사 창구를 통해 189만주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등 6월 들어서만 361만6,133주(2.71%)를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지분 매입 주체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외인 지분율이 42%를 넘는다는 점 자체로는 별 위협요인이 아니지만 SK(주)는 이미 외국계 소버린이 대주주로 올라선 터여서 상황은 달라진다
M&A냐, 투자 수익이냐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SK글로벌 지원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나 실력행사 차원에서 '우회적으로' SK주식을 추가 매수했거나 다른 외국계 펀드가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송영환 국제영업팀 차장은 "이미 14.99%의 지분율을 확보한 소버린자산운용이 추가 매집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행위"라며 추가 지분 매입자가 소버린이 아닌 또다른 다수의 외국계 투자기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소버린에 우호적인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대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한 표대결 등 실력행사를 하거나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증권 김재중 연구원은 "최대 단일주주인 소버린과 또 다른 외국계 펀드가 힘을 합쳐 SK(주) 주식을 대량으로 사면 경영권 획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의 SK(주)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여서 증시 상승기 단순 투자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 동원증권 이정헌 연구원은 "SK글로벌에 대한 출자전환 및 청산·법정관리 등 모든 가능성을 반영하더라도 현 주가는 낮은 편"이라며 "주가 저평가 인식이 외국인 매수를 불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SK글로벌 문제 새 복병될수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최근 SK글로벌지원과 관련해 외국계 소액주주들이 SK를 상대로 연이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유바프은행의 소송에 이어 헤르메스 팬션스가 가처분신청을 냈고, 소버린은 SK그룹 해체와 SK(주) 경영진 교체를 통한 독립적 지도부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증권 유영국 연구원은 "소버린이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대다수 외국인과 국내 소액주주들은 소버린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주) 소액주주연합회는 22일 SK(주) 경영진 사퇴를 위해 소버린 등 SK(주)의 주요 주주들과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부터 소버린 입김 본격화
문제는 SK(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별다른 대책이나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 SK글로벌 사태로 현금유동성이 고갈돼 자사주매입 등을 통한 방어를 할 수 없는데다 SK글로벌 지원 결정으로 대부분의 국내외 주주들이 등을 돌려 우호세력도 거의 없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1.5%이상 상장법인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고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이사해임도 할 수 있는 만큼 소버린이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는 9월 이후 외국인들이 이사진 교체 등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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