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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해 패션쇼를 보고 / "한복응용·기능성 호평 불구 독창적 이미지 심기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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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해 패션쇼를 보고 / "한복응용·기능성 호평 불구 독창적 이미지 심기엔 미흡"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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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얻는 것 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명성은 처음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보장하지만 그에 걸맞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없으면 반드시 과잉평가였다는 냉엄한 비판을 수반한다.지난 16일 열린 김지해씨의 패션쇼는 '한국인 최초의 오뜨꾸띄르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무대였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2001년 파리 오뜨꾸띄르의 정식 초청멤버가 되면서 국내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오뜨꾸띄르는 기성복 컬렉션인 프레타포르테와 달리 고급 맞춤복을 선보이는 무대. 극소수의 초상류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상품성 보다는 디자이너들의 무한 창의성을 자랑하는 꿈의 무대로 명성을 얻고있다. 김씨의 오뜨꾸띄르 입성은 동양인으로서는 일본디자이너 하나에 모리에 이어 두번째. 그만큼 이번 쇼에 대한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이번 쇼에서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제작,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월드컵 드레스를 비롯, 우리 고유의 색동저고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브닝 드레스, 남녀정장과 캐주얼, 모피 코트류 등 모두 70여벌의 옷을 선보였다.

김씨의 무대는 화려한 색감과 한복의 깨끼저고리에서 응용한 섬세한 바느질로 기술적인 차원에서는 상당한 내공을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이것이 김지해 스타일'이라는 명확한 디자이너 이미지를 심기에는 다소 미흡했다. 율동감을 극대화한 바이어스 재단의 드레스는 확실히 멋있었지만 기성복 진출을 염두에 두었음직한 남녀정장이나 밀리터리룩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주얼웨어들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피팅을 제대로 하지않아 모델들의 몸에서 옷이 겉도는 느낌이 강했고 소재도 좀 더 고급스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패션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패션쇼내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할 경우 디자이너의 자질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증거로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지해 쇼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않게 된 느낌"이라는 것이 대개의 평가다. 패션전문지 '바자'의 정현선 국장은 "분명 기능적으로는 뛰어난데 아직 명확한 디자인 컨셉이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또 패션평론가 유재부씨는 "한복 문양과 깨끼바느질 기법, 갑사 등 한복소재 등이 해외무대서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나 신선함만으로는 롱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평했다.

한국패션의 세계화 모색이 활발한 요즘 한국인 최초의 오뜨꾸띄르 디자이너의 탄생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 데뷔 3년째를 맞는 진행형의 디자이너. 이제까지 파리에서의 성공이 유럽인들이 동양에 대해 갖고있는 호기심에 기댄 바 크다면 이제부터는 진정한 패션파워로 성장하기위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추기위해 더 정진해줄 것을 패션인들은 기대하고있다. 디자이너는 이름이 아닌 옷으로 말해야 한다.

/이성희기자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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