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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튼튼한 몸"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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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튼튼한 몸"의 미덕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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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여자도 '몸 만들기'에 시간과 돈을 쏟고 있다. 성형수술 중독에 걸려서 뜯어고치고 또 뜯어고치다가 얼굴이 망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회복불능의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한다.취직하기 위해서, 결혼하기 위해서, 예뻐지고 싶어서 사람들은 성형수술 열풍에 휩싸인다. 젊은 여성들이 날씬해지려고 과자 몇 조각으로 하루를 견디다가 생리현상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결혼해서 아기를 가지려고 하지만 생리가 회복되지 않아 애를 태우게 된다.

중국의 열풍도 우리 못지 않다. 눈이나 코를 고치는 것은 기본이고 광대뼈 깎아내기, 다리 늘리기 등 온갖 수술을 다 한다고 한다. 사원모집 광고에 키 몇 센티미터 이상, 체중 몇 킬로그램 이내 등을 표시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다리에 금속물질을 넣어 키를 늘리는 엽기적인 수술까지 성행하고 있다.

일본도 한 때 성형수술 열풍을 겪었지만 이제는 한 풀 꺾인 상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한 때 이런 열풍을 겪다가 소득이 더 올라가면 수그러드는 것 같다. 1인 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으로 가면 골프 열풍이 잠잠해진다는데 성형수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신입사원 시험에서 외모에 점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회사가 중요시 하는 것은 사람됨됨이와 실력이다. 성형수술로 부자연스러워진 얼굴은 오히려 감점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라기 보다 병이라고 봐야 한다.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써야 안심이 되는 심리와 비슷하다. 얼굴을 고치지 않고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불안한 일종의 정신증세라고 생각된다.

'몸 만들기'는 물론 다르다. 운동을 하면서 활력을 얻고 근육을 강화하고 몸매를 다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 중엔 헬스 클럽에서 운동 안 하는 사람이 드문 데 열심히 땀 흘리며 뛰는 걸 보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운동으로 활력을 얻어야 일도 하고 경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외모가 아니라 '튼튼한 몸'이다. 날씬하냐 뚱뚱하냐 보다 건강하냐 약하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어리석은 자해행위고, 자연을 거슬리는 짓이다.

나이 들수록 튼튼한 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특히 여자들을 볼 때 그런 느낌을 갖는다. 젊었을 때 날씬하게 보이던 개미 허리보다 듬직한 허리에 안정감을 느끼고, 고운 손보다는 일로 거칠어진 투박한 손에 신뢰감이 간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 일한 어머니의 손은 든든하고 따뜻하다. 손만 잡아도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전문직에서 날리는 유명한 여성들 중에도 그런 손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 손을 잡을 때 그에게 친밀감과 신뢰감을 느낀다.

튼튼한 몸은 젊어서 일할 때 뿐 아니라 노년 생활에서 더욱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몸이 약하면 매사가 힘들다. 뼈와 근육이 튼튼해야 골다공증에도 안 걸리고, 즐거운 여행도 할 수 있다.

BBC나 CNN을 보면 예쁜 여성도 나오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텔레비전에 나가기 힘든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뉴스진행자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실력과 인품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깜짝 놀랄 만큼 뚱뚱한 사람도 있고, 얼굴에 흠이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는 것은 대중 매체의 영향이 크다. TV부터 전문 능력보다 외모 나이 등을 너무 따진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뉴스를 진행해야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시청자들도 실력과 인품으로 뉴스 진행자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성이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것은 오랜 남성중심문화의 산물이다. 남녀가 어깨를 겨누고 일하는 세상이 왔는데 왜 여성은 계속 가냘프고 예뻐야 하나. 튼튼한 몸의 미덕을 되살려야 한다. 예쁘지 않아서 열등감을 느낄게 아니라 체력이 약할 때 열등감을 느껴야 옳다. 몸이 튼튼해야 일도 더 잘 할 수 있다. 튼튼한 몸에서 튼튼한 정신이 나온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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