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에서 스피드에 몰두하다 보면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죠."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자동차경주대회 '2003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이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고 있다. 평범한 봉급쟁이에서 유명 연예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질주 본능'을 맘껏 발산하는 이 대회에 참가중인 직장인들을 만나봤다.
레이싱 도중 공개 프로포즈
"출발직전의 긴장감과 출발순간의 쾌감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입니다." 반도체 벤처기업 (주)위즈네트에 근무하는 공학박사 추광재(33)씨는 현재 종합성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급 레이서다. 대학 때부터 수없이 출전해온 추씨도 5월 2차 대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자신의 차에 "10년간 지켜온 우리사랑, 경아야! 사랑해!, 이젠 나를 클릭해줘 잉∼"이라는 공개 프로포즈를 붙이고 경주에 나서 당당히 2등으로 골인한 것. 감격한 여자친구가 결혼을 허락했다.
"자동차 경주는 보기보다 체력소모 많아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으로도 제격"이라는 추씨는 "레이싱을 통해 극한상황에서의 순발력과 대처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감각도 키울 수 있다"고 자동차 경주 예찬에 침이 마른다. 또 "대회가 열리는 월말이 되면 주변 친구들이 경기소식을 묻고 함께 대회장에 와 응원도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레이싱 통해 자제력 키워
"완주 후에 느끼는 성취감은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것과 비길 수 있을 겁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엔진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윤일한(29)씨는 "자동차 경주를 통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도로여건과 자신의 운전능력을 냉정히 생각하지 않고 속도만 높이면 코스에서 벗어나거나 사고를 당한다는 것이다.
윤씨가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안전을 우선하게 된 것은 2000년에 개최됐던 제주 자동차랠리에 보조운전자로 참가했다 사고가 나 전치12주의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운전을 맡았던 선배는 사망했다. 사고 후 가족들은 "자전거도 못 타게 말리겠다"고 경기 출전을 극구 반대했지만, 윤씨의 질주 본능을 막을 순 없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차에 흠집하나 생기지 않게 조심 운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아내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적은 1차 대회 10위, 2차 대회 15위로 중간 정도.
"대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기름값·부품값 등 한 달에 30만∼4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 부담이 적지는 않지만, 모터스포츠가 주는 성취감을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다"며 "앞으로 '포뮬러1'대회용 경주차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실감나는 카레이싱 게임 만들 것
"주변 사람들이 자동차 경주를 전자오락 하듯이 한다고 해요."
전자게임 제작회사 안다미로에서 게임기획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상근(23)씨는 클릭대회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클릭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타던 차를 팔고 클릭을 구입했다는 김씨는 이 대회 참가 전까지는 카레이싱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어렸을 때 차를 타면 꼭 조수석에 앉아, 발도 열심히 움직이며 운전을 흉내내곤 했다"는 김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설레던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출전소감을 "레이싱에 직접 참가해 보니 멀리보는 눈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으며, 무엇 보다 차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어 즐겁다"고 밝혔다. 이 같은 쾌감 추구성향 때문인지 김씨는 두번의 경주에서 모두 사고를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첫번째 경주에선 옆에서 달리던 탤런트 류시원씨의 차가 헛돌면서 충돌해 20등으로 겨우 완주했고, 두번째 경주에선 빗길에 미끄러져 앞차와 충돌하는 사고 때문에 14등에 머물렀다"고 아쉬워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세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회 참가자들은 경쟁자보다는 동지이자 한 식구"라고 입을 모으며 "5대 자동차 생산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는 국내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클릭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우선 현대의 소형차 '클릭'이 있어야 한다. 차부터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대회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레이싱팀에 가입하면 된다. 양산차 클릭에 레이싱에 필요한 안전장치 등을 부착해야 한다. 차가 마련됐으면 대회 시작 2주전까지 대회 홈페이지(www.clickfestival.com)를 통해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신청자는 대회전 2일간 총 12시간의 이론과 현장 사전교육을 받게 된다. 다음 경주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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