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금융 전산망 마비 위기까지 치달았던 조흥은행 파업 사태가 진통 끝에 닷새만인 22일 극적인 대타협을 이뤄냈다.20일과 21일 새벽 두 차례의 공식 협상과 수차례의 물밑 접촉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차지 못했던 신한금융지주와 조흥 노조의 협상은 전산마비와 공권력 투입에 따른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타협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문에 대해 신한지주 측과 조흥은행 노조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어 본격적인 통합작업이 시작되는 2년 후에는 노사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누가 실리 챙겼나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이 돌파구를 찾은 것은 무엇보다도 신한의 대폭적인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번 협상은 노조의 '판정승'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각 철회와 조흥 출신 통합은행장 선임, 즉시 합병 등을 제외하면 임금 인상, 고용보장 등 노조가 얻을 건 다 얻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조흥은행 직원들은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임금을 신한은행 수준에 맞춰 20∼30%나 올려받게 됐다. 따라서 노조의 '벼랑끝 전술'에 신한이 너무 많이 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잘 뜯어보면 신한이 향후 통합과정에서 명백한 주도권을 쥐게 돼 있다. 독립경영 보장기간을 당초 2년에서 1년 연장해줬을 뿐 통합은행장 선임권 등 경영권을 지켜냈고, 지주회사 임원도 상무급만 양측 동수로 하되 회장, 사장 등은 신한이 장악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각 합의내용마다 단서조항이 많아 신한 중심 통합 구도에는 별 영향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는 이번에 은행 민영화라는 성과를 얻었고 노조는 '사실상의 완전 고용 보장'이라는 실리를 약속 받았으며, 신한은 인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노조의 반발을 원만하게 해결, '윈윈 게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초 파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한 정부가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서 합의를 주도한 것은 또 한번 스스로 원칙을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과정 '산 넘어 산'
우선 조흥은행 노조는 해석 상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이번 노·사·정 합의문을 근거로 사사건건 신한지주의 경영에 '딴지'를 걸 가능성도 있어 통합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통합논의가 시작되는 2년 후로 '갈등의 불씨'를 넘겼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한 측은 "일단 '우산' 밑으로 들어오면 주도권이 넘어오게 돼 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파업과정에서 높은 응집력을 보였던 조흥은행 노조가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밖에 조흥은행의 훼손된 영업력을 회복시키는 것도 우선 과제이다. 조흥은행은 파업기간에 6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고 고객도 상당수가 이탈해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를 빨리 복원하지 않으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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