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을 아껴온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21일 모처럼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정부정책과 노동계의 파업투쟁 등 경제현안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구회장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LG칼텍스 주주회의에 참가한 뒤 런던발 서울행 KE908편으로 귀국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기업인들을 격려해줘야 기업도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며 정부에 적극적인 기업정책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기업인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 신바람이 나서 투자를 많이 할 텐데 요즘은 그런 게 부족한 것 같다"며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규제위주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 때는 기업인들을 많이 격려했고, 기업인들도 열심히 했다. (기업 투자 활성화에는) 지도자가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노동계 파업사태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가 없다. 국민 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중국의 생산성은 한국의 85%인데도 임금은 8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보고 노조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한 두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밝힌 '천재급 인재 양성론'에 반론을 펼쳐 눈길. 그는 "천재는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기 쉽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천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훌륭한 CEO(최고경영자)를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LG그룹의 장래에 대해서는 "1년 후면 구씨, 허씨 분할 경영체제로 갈 것"이라며 LG칼텍스정유, 건설, 유통 등은 허씨가 맡을 것이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협력체제를 유지할 것이며 사업의 10% 정도는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선거 때 본 것만으로는 미국에 가서 잘할까 매우 걱정했는데 미국에 가서 보니까 잘 하더라"며 "소탈하고 화통하고 머리회전이 빠르며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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