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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휴식같은 책을 만난다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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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장정과 표지에 자극적 광고 문구를 박은 책의 홍수 속에서, 얌전하고 소박하면서 알찬 책을 만났다. 산림생물학자 전영우씨의 ‘숲_보기, 읽기, 담기’(현암사 발행)이다. 부드럽게 가라앉은 빛깔의 재생지에 그가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담은 이 책은 아담하고 정겹다. 글은 꾸밈새없이 차분하고, 사진도 편안해서 읽다 보면 마음과 눈이 모두 시원해진다.우리 숲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써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온몸으로 숲을 체험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자신이 40여 년간 누려온 숲의 참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그가 권하는 숲체험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장대비 오는 숲의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바람 부는 날 숲에 멈춰 서서 바람에 온몸을 맡긴다. 나무줄기에 귀를 대고 나무 몸통 속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본다.

눈 오는 날 숲 에서 머리와 어깨에 눈을 쌓아본다. 아무런 불빛도 없이한밤중 숲길을 걸어본다. 눈을 감은 채 울퉁불퉁한 열매를 만져보고 가시에 살짝 찔려도 본다. 숲에서 나는 향기를 말로 표현해 본다. 나무에게,숲에게, 자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자연을 예찬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본다. 깊은 숨을 쉬면서 내 들숨 날숨에 나무의 들숨 날숨이 들어있음을생각한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비결을 소개한 것은, 직접 해보고 느껴보자는뜻에서다. 풀잎의 이슬에 바짓단을 적시거나, 비에 젖은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훅 끼쳐오는 흙 냄새를 맡아본 게 언제이던가. 굳이 멀리 큰 산에 가지 않고 동네 야산의 잡목 숲만 찾아도 누릴 수 있는 이 행복을 잊고 지내는 건 억울하지 않은가.

이 책에 깃든 숲의 빛깔과 소리, 냄새는 불현듯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날로 더워지는 날씨에 독서로 피서를 하려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휴식같은 책이다. 옛 그림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에 등장하는, 옷을 헐렁하게 풀어헤친 채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한가롭게 책을 읽는 선비의 여유를 이 책을 벗 삼아 누려봄이 어떨지.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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