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150억원의 현대건설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씨를 고소하는 등 초강수로 맞서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150억원의 일부가 '국민의 정부' 실세들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샀던 골드뱅크의 전 대주주 김석기씨에게 유입된 것으로 20일 드러나 새로운 의혹을 사고 있다.박지원 강수 배경은
구속 피의자가 자신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한 참고인을 고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뇌물수수 사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박씨측의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박해받는 통일일꾼'에서 하루 아침에 '파렴치범'으로 전락한 처지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50억원이 아직 김영완씨 수중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씨가 돈세탁 후 이를 박씨측 계좌에 넘기는 대신 계속 관리해왔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박씨가 계좌추적 과정에서 자신의 금품수수 물증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확신, 강공으로 나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물론, 총선자금 전용 등 정치권 유입 의혹에 대한 사전 차단 차원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20일 소환돼 대질신문을 받은 박씨와 이씨가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맞선 것도 주목된다. 이씨가 "CD가 든 봉투를 건네자 박씨가 왼손으로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자 박씨는 "무슨 소리냐. 나는 아랫사람으로부터 물 한잔을 받더라도 두 손으로 받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 대선직전 폭로성명을 내기도 했던 이씨의 석연치 않은 행적을 고려할 때 배달사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폭되는 골드뱅크 연루 의혹
특검팀은 19일 유신종 코리아텐더(전 골드뱅크) 대표가 150억원 중 2억원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 유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결과, "골드뱅크 대주주였던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골드뱅크는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민주당의 정치자금 조달'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받아 온 업체. 한나라당은 지난 1999년 국정감사에서 "골드뱅크가 여권 실세의 비호 아래 주가를 조작, 1,000억원대의 차익을 올린 뒤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2년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대표는 골드뱅크 주가조작으로 무려 66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김 전 대표가 여권 핵심실세들에 대한 자금 제공 및 관리인이었다는 의혹이 일부 꼬리를 밟힌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만일 이 돈이 박씨 등 여권 인사들로부터 직접 김씨쪽으로 유입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사건은 '여권의 벤처육성 비리'라는 새로운 줄기로 파생될 가능성도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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