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고, 이제 노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 이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특검이 당초 목적으로 했던 수사는 대략 마무리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지만 분명하게 거부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어서, 향후 3∼4일 동안 여론의 향배가 노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칠 것같다.청와대 참모들이 '연장거부'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의 의도와 관계없이 일단 수사기간을 연장해 놓으면 김 전 대통령의 조사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과 여론의 압력이 증폭돼 'DJ 조사'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인 문재인 민정수석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관계의 후퇴 뿐만 아니라 호남 민심 악화가 신당 창당에 미칠 부정적 영향까지 감안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50 억원 의혹'도 뜨거운 감자다.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으나 특검이 이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수사기간의 2차 연장뿐 아니라 3차 연장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150억원의 정치권 유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차제에 검찰에 넘겨 수사토록 하는 것이 부담을 더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특검이 오히려 더 정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 수사가 시작되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파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연장거부를 건의하면서도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상정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 연장 요청을 거부할 경우 정치권 비리 척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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