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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노짱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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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노짱을 보고 싶다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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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흔들리는가, 일부 언론이 대통령을 흔드는가?대통령이 흔들린다는 인상이다. 중심이 흔들린다는 인상이다. 중심을 잡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면 좋으련만 어쩐지 불안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참여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노무현호를 탄 한반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3개월 전 '미군철수'를 공공연히 내비친 럼스펠드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 미국은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때아닌 '군비증강'을 서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무엇 때문에 지금 한반도에 110억 달러의 군비를 증강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요구의 대부분은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라는 압력인데, 미국은 과연 한반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봉인가, 우방인가? 전략적 요충지면서 봉인가?

군비증강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정책의 현실이라면 미군철수 운운했던 것은 노무현호를 굴복시키기 위한 깔끄러운 엄포면서 동시에 치밀한 계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가 이상하다. 우리의 일이 우리 아닌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섬뜩하고 당혹스럽다.

더구나 최근 일본은 군국주의적 야심을 드러내는 유사법제를 통과시켰다. 우리 대통령, 우리의 중심이 방문하는 그 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무례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렇게 위협적이고 모욕적이기까지 한 유사법제에 대해 주한 미대사는 공개적으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화끈 치밀어 오르는 이 당혹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한반도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궁극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미일안보동맹'의 변방에 편입,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철저하게 조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래도 기대할 건 우리의 중심,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나는 "반미면 어때"라고 했던 '노무현'이 그립다. 어찌 그 말이 반미를 부추긴 말이었겠는가. 그 말의 의미는 반미가 아니라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였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시각에서 풀어나가겠다는 결단의 말이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수많은 이들은 반미에 대한 기대로 그를 찍은 것이 아니라 당당했던 그에게서 자기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역량을 본 것이었다. 그래서 믿었었다.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중재하겠다는 말을.

그런데 대통령이 된 노무현에게서는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뚝심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이 '노무현'을 배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치밀한 미국에 흔들리고 교묘한 일본에 뒤통수를 맞으면서 그에게 그토록 기대했던 자주외교, 자주국방이 상처 입은 채로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노무현'은 어디로 갔는가.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결국 '우리들의 노짱'으로 복귀할 것인가. 노짱이 흔들리면 노짱을 지지했던 진보세력들은 누구를 지지해야 할까? 그들의 성향으로 보아 수구보수세력을 지지하기는 힘들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아노미현상에 빠지거나 정치적 허무주의 속으로 웅크려 들어 "대∼한민국"을 외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노무현을 지지하고 싶다. 다시 한번 노짱을 만나고 싶다. 분명 일부언론이 과도하게 흔드는 부분이 있지만 현재의 민심이반을 그 언론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노무현답지 않다. 탓보다는 겸허하고 통렬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배반하고 있는 '노무현'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뚝심 있게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수렴할 솔직한 노무현을 다시 만나고 싶다.

이 주 향 수원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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