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팔순 노모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막내아들과 따뜻한 밥 한끼 먹도록 해주세요. 제발 내 동생을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주세요."20일 청와대 정문을 찾은 이경진(52)씨는 막내동생 석기(42)씨의 사면을 요구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5월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이씨는 지난 4월 노무현 정부의 사면특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기결 사상범 가운데 그만 홀로 감옥에 남게 된 것. 그 충격으로 이씨의 어머니(85)는 자궁암이 재발, 생의 기로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사회운동을 하던 동생이 구속된 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어요."
2남5녀 중 막내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씨의 형제 자매들은 모두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구속된 직후 국방부 군무원으로 일하던 막내누나(47)는 열흘 동안 공안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징계를 당했고 경진씨 역시 국방부 군무원 일을 그만 둬야했다. 경진씨는 "현대판 연좌제에 걸려 모두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들이 석기의 갓난 아기 유모 비용을 대준 것마저 공안기관은 간첩 활동자금 지원으로 둔갑시켰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주위의 애타는 노력으로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이씨의 사면을 요구하며 연세대에서 농성 중인 후배 동료들은 지난 40여일간 연세대와 청와대 사이 25㎞를 매일 같이 오가며 '양심수 석방을 위한 1,000㎞ 도보순례'행진을 벌이고 있다. 민혁당 사건으로 복역 중 지난 4월 사면된 뒤 이씨 석방을 위한 순례에 참가하고 있는 하영옥(41)씨는 "정부의 무원칙하고 석연치 않은 태도 때문에 한 가족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며 "양심수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잊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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