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린다 데이비스 지음·박윤식 옮김 21세기북스 발행·1만3,000원인간의 욕망은 바뀌게 마련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고,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고 넓게 보면 어떤 트렌드가 있다. 그 트렌드를 알면 그만큼 물건 팔기가 쉬워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떠한 욕망이 21세기의 소비를 좌우할 것인가를 찾아 나섰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내린 결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마케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다섯 가지 흐름을 포착했다. 욕망 변화의 동력은 가상 세계다.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는 것이 주인공이다.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 이상으로 중요해지면서 인간의 생존 본능도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정신적 생존'과 '정신적 기쁨'이 그것이다. 가상 세계란 '보이지 않고 신비로우며 만질 수 없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세계'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1부와 2부를 가르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욕망의 첫 번째 트렌드는 현실 세계의 죽음이다.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별은 적지 않은 상처를 가져온다. 두 번째는 병든 마음을 위로하려는 욕망이다. 동양의 선(禪)이나 각종 약물 중독 등이 이런 트렌드의 결과다. 세 번째는 불안과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에서 안식을 찾는 것이다. 네 번째는 가상 세계에 자신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타인의 주목을 받는 것 이상 행복을 느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믿고 의지하면서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개발해야 잘 팔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가상 세계의 등장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더 중요한 점을 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미국의 연구조사기관인 넥스트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미래학자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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